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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 파, 파

도레미파, 파, 파

  • 김늘외
  • |
  • 지혜
  • |
  • 2019-04-01 출간
  • |
  • 116페이지
  • |
  • 130 X 225 mm
  • |
  • ISBN 97911572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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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지혜사랑 시인선 {도레미파, 파, 파}(김늘 외)는 애지문학회 회원들인 남상진, 김정원, 조영심, 박은주, 김은, 권혁재, 박수화, 조성례, 오현정, 이영식, 조옥엽, 박정옥, 임봄, 김늘, 정가을, 탁경자, 유계자, 곽성숙,김혁분, 최혜옥, 임현준, 임덕기, 강우현, 김지요, 황정산 등의 열세 번째 사화집----{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 {유리족의 하루}, {버려진다는 것}, {어떤 비행飛行}에 이어서----이 된다. 이 25명의 시인들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유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낙천적인 시인도 있고, 회의적인 시인도 있다. 저마다 제각각 사상과 취향이 다르지만, 그러나 모두가 다같이 우리 인간들의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시인 만세’인 시세계를 열어나간다.

돌돌 만 김밥이 아니라
파김치를 돌돌 말아 입에 넣는 밤

푹 삶은 돼지고기같은 유들유들함도 없이
붉고 노란 고명같은 화려함도 없이
빳빳하고 알싸했던 아버지가 심은 쪽파가
겨울을 견디고 돋아
파김치가 되어 식탁에 올랐어요

추운 겨울에 아버지는
종이처럼 얇아져 창백하게
산골짜기 병원 천장만을 바라보다
흩어졌어요,
진눈깨비처럼

가늘고 매운 파를 까던 고요한 오후에
어머니는 홀로 끝도 없는 눈물을 훔쳤다네요
발을 잃고, 말을 잃고,
겨우 파 몇 뿌리 남겼다며
파잎처럼 목을 꺾고 들먹였다네요

대나무처럼 딱딱하게
덜그럭거리던 아버지가 남긴
야들야들한 파를 씹고 있는 사월이에요

도레미파, 솔라시도레미파
한 옥타브를 건너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버지의 파를
매운 눈물을 흘리며 씹고 있어요
김늘 [도레미파, 파, 파] 전문

돌돌 만 김밥이 아니라 파김치를 돌돌 말아 입에 넣는 밤, 시인은 이 파김치를 통해서 아버지를 만나고, 이 파김치를 담그며 홀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것은 짝을 잃어버린 아픔이고, 그 아픔은 자기 자신의 존재의 근거와 생활의 근거를 위태롭게 한다. 말놀이를 할 대상도 없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해줄 사람도 없다. 눈빛을 주고 받거나 발걸음 소리만을 들어도 믿음직하고, 한 잔 술에 취해 ‘한 마음-한뜻의 사랑의 찬가’를 불러줄 사람도 없다. 모든 시, 모든 사상, 모든 예술은 사랑의 변주곡이며, 이 사랑의 변주곡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이 짝을 잃어버린 이별의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가늘고 매운 파를 다듬어도 님 생각 뿐이고, 그 매운 파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도 님 생각 뿐이다. 님은 발이고, 님은 말이다. 발을 잃었으니까 갈 곳도 없고, 말을 잃었으니까 할 말도 없다. 겨우 파 몇 뿌리를 유산처럼 남기고 떠나간 님, 대나무처럼 딱딱하게 덜그덕거리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 파잎처럼 목을 꺾고 우는 어머니----, 아버지를 여윈 슬픔과 혼자 남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슬픔----, 즉, 이 효심이 김늘 시인의 [도레미파, 파, 파]의 주조음이 된다.
대나무처럼 딱딱하게 덜그덕거리던 아버지가 남긴 야들야들한 파를 씹고 있는 사월, 김늘 시인의 [도레미파, 파, 파]의 시점은 회고적이고, 운율은 가볍고 경쾌하고 부드럽지만, 그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진한 사랑이 묻어 있는 송가頌歌라고 할 수가 있다. “도레미파, 솔라시도레미파/ 한 옥타브를 건너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버지의 파를/ 매운 눈물을 흘리며 씹고” 있는 밤, 김늘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딸을 삼원일치화시킨다. 아버지는 떠나갔지만, 아버지는 내 마음 속에 살아 있고, 어머니는 홀로 남겨졌지만, 아버지와 함께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다.
“도레미파, 솔라시도레미파”. 모든 음계들의 중심은 파가 되고, 이 가볍고 경쾌하고 부드러운 운율 속에 옛세대가 새세대를 “빳빳하고 알싸한 맛”처럼 일깨우며, 새세대의 힘찬 발걸음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파다. 식용과 약용과 온갖 양념의 중심인 파, 그리고 모든 음계의 중심인 파다.
김늘 시인은 ‘파’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와 자기 자신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도레미파, 파, 파]의 사랑의 노래를 울려퍼지게 한다.


회장은 달
회사명은 밀물과 썰물

조금 때만 쉴 수 있는 어머니는 달이 채용한 2교대 근무자
철썩,
백사장이 바다의 육중한 문을 열면
발 도장을 찍고 물컹물컹 갯벌 자판을 두드려 바지락과 소라를 클릭한다
낌새 빠른 낙지는 이미 뻘 속으로 돌진하고
짱뚱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살피느라 정신없고
농게는 언제나 게 구멍으로 줄행랑치기 바쁘다

성깔 있는 갈매기는 과장되게 끼룩 끼끼룩 거리며 잔소리를 해댄다
가끔 물풀에 갇힌 새우와 키조개를 불로소득 하지만
실적 없는 날은 녹초가 되어 비린내만 안고 퇴근한다

평생 누구 앞에서 손 비비는 거 질색인데
겨울바람에 손 싹싹 비벼대도 승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별하다고 느낀 달의 거리마저 멀어지자
수십 년간 충실했던 밀물과 썰물 회사를 정리하였다

파도 같은 박수 소리
근속 훈장 하나 받아보니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이었다
----유계자, [바다 회사] 전문

‘철썩, 백사장이 바다의 육중한 문을 연다’라는 시인의 말과 함께, 아름답고 장중한 무대의 막이 오르면 , 그 옛날의 원시적인 육체 노동이 현대화되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 듯이 바지락과 소라를 클릭하게 된다. 따라서 어촌 마을의 어머니의 발소리에 놀라 낙지는 이미 뻘 속으로 숨어 버리고, 짱뚱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살피느라 정신없고, 농게는 언제나 게 구멍으로 줄행랑치기에 바쁘다. 바지락, 소라, 낙지, 짱뚱어, 농게, 새우, 키조개는 단역배우들(포획의 대상)이고, 갈매기는 근로 감독관이 된다. 회장과 회사명도 제일급의 명명의 힘처럼 아주 탁월하게 살아 있고, 하루 2교대 근무자라는 어머니라는 인물도 아주 탁월하게 살아 있다. 바다 회사도 아주 탁월하게 살아 있고,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을 지닌 ‘낙지, 짱뚱어, 농게, 갈매기’ 등도 살아 있으며, 이 아름답고 역동적인 [바다 회사]를 창출해낸 시인의 언어도 너무나도 싱싱하게 살아 있다. 시인의 힘은 명명의 힘이고, 이 명명의 힘이 모든 인간과 사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며, 극적인 효과에 의하여 ‘리얼리즘의 승리’를 창출해내게 된다.
유계자 시인의 [바다 회사]는 주제, 구성, 문체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완벽하게 꽉 짜인 시이기는 하지만, 그 주인공인 어촌 마을의 어머니는 한이 많이 쌓인 여인에 지나지 않는다. 근면과 성실함이 도로아미타불의 헛수고가 되고, 그 아름다운 바닷가의 풍경마저도 파도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 속에 묻혀버린다.
유계자 시인은 자기를 어머니와 동일시 하며, 그 어머니가 한평생 갯일을 하다가 늙고 병든 것처럼 그도 황홀하게 어머니의 몸과 마음 속에 몰입해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와 시인은 둘이 아닌 하나이며, 이 근원적 일체감 속에서 [바다 회사]를 예술품 자체가 된 시로 승화시켜 놓는다. 파도 같은 박수 소리는 물거품처럼 공허하고, 근속훈장이라는 것은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 뿐이라는 것----, 그러나 이 ‘허무주의적 드라마’가 만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우리 서민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근면 성실이 물거품이 되는 삶, 파도 같은 박수 소리가 구멍 숭숭 뚫린 직업병이 되는 삶, 아름답고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허무한 삶----, 바로 이것이 어촌 마을, 아니 우리 서민들의 인생무상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욘빌의 명물을 받아주세요 레옹
갓 굵어진 감람나무처럼 싱그러운 나의 레옹, 절 사랑하나요
―아마도, 부인

레옹은 파리로 떠났어요 로돌프
돈 많고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멋쟁이
꽃물처럼 달콤하고 세상에, 난폭할 줄도 아는 나의 로돌프, 절 사랑하나요
―아마도, 부인

늘 같은 노래만 부르는 새들아
어제 같은 오늘이 또 후줄근히 무덤을 향하는구나
내일은 뭔가 놀라운 일이 생길까
―아마도요, 부인

레옹도 로돌프도
여기 없어요 행복은 더더욱,
시골 의사 따윈 시시하고 지겨워
내일 떠나요
다만 착한 샤를, 아마도 당신은 절 사랑하겠죠
---최혜옥, [보바리 부인의 열애기] 전문

권태는 “어제 같은 오늘이 또 후줄근히 무덤을 향하는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자라고, 또한, 권태는 “시골 의사 따윈 시시하고 지겨워”라는 일상생활에서 자란다. “갓 굵어진 감람나무처럼 싱그러운 나의 레옹”도 환상의 꽃이고, “돈 많고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멋쟁이/ 꽃물처럼 달콤하고 세상에, 난폭할 줄도 아는 나의 로돌프”도 환상의 꽃이다. 꽃물처럼 달콤하고, 그 모든 것이 가능하고 그 어떤 책임도 없는 자유분방한 연애가 가능한 세상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나의 사랑 레옹도 ‘아마도’이고, 나의 사랑 로돌프도 ‘아마도’이고, 오직 나의 사랑은 그토록 시시하고 지겨운 ‘샤를로 보바리’ 뿐이다. ‘아마도’는 유추이고, ‘아마도’는 가정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최혜옥 시인의 [보바리 부인 열애기]의 환상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가 있다. 레옹도 ‘아마도’의 무지개 속에서 떠나갔고, 로돌프도 ‘아마도’의 무지개 속에서 떠나갔다.
권태는 환상을 낳고, 환상은 아마도를 낳고, 아마도는 무지개를 낳는다. 무지개는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그러나 이 무지개 때문에, 꽃물처럼 달콤한 상류사회와 아름답고 멋진 사내들과의 열애를 꿈꾸던 보바리 부인은 그 짧고 비극적인 생애를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보바리 부인, 아니 엠마, 엠마, 꽃물처럼 달콤하고 아름답고 멋진 삶을 꿈꾸었던 만인들의 연인이었던 엠마여!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토록 고귀하고 순결한 현모양처의 길을 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엠마가 살고 있다.
환상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무지개는 최혜옥 시인의 [보바리 부인의 열애기]처럼 영원히 떠오른다.


목차


애지문학회 제13집
도레미파, 파, 파를 펴내면서 5

애지문학회원

남상진
데린쿠유에서 온여자 12
새벽이 없다 14
김정원
돈오점수 16
평화 17
조영심
시월의 봄 18
피아노 맨 20
박은주
혼자 걷는 밤 21
삭제 버튼을 눌러도 로그가 남는 것처럼 23
김 은
트롤리trolley 24
낙엽 태우던 날의 기록 26
권혁재
사라진 광장 27
통행금지 28

박수화
노랑주전자 겨울마차 덜컹덜컹 달려가는 풍경 29
시간의 얼굴 ─이육사 풍으로 31
조성례
황무지에 피는 꽃 32
바람의 터 34
오현정
사차원의 뒤뜰 35
너의 즐거운 고백 37
이영식
두부를 건너는 여자 40
폐가의 식사법 42
조옥엽
알루미늄 역사서 44
壽 46
박정옥
말 방 48
그해 읽은 책 49
임 봄
사구砂丘 51
지상의 천사 53

김 늘
도레미파, 파, 파 55
본명 57
정가을
음악분수 59
구겨 신은 운동화 뒤창으로 걸어 들어온 한줄기 빛살에게 60
탁경자
동행 61
105호 병실 62
유계자
오래오래오래 63
바다 회사 65
곽성숙
분꽃 마을 67
애자씨 68
김혁분
주식株式, 주식主食 69
아무 일 아닌 것도 걱정이 되는 71
쓰 - 윽 72
최혜옥
보바리 부인의 열애기 74
술 75

임현준
선잠 ─아라 홍련 77
임재승 79
임덕기
대나무 81
시간의 뒤편 83
강우현
폐허의 경고 84
원판 변형의 법칙 85
김지요
아보카도 아보카도 87
TGYK24 89
황정산
걸려 있다 91
블랙 미러 92

부록

반경환 명시감상 96
─ 천양희, 박준, 이영식, 남상진, 유계자,
조영심, 오현정, 최혜옥, 임현준, 김지요, 조옥엽, 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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