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33》은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의 만화가 생활 3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다. 한 권에 여러 가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지금까지의 《보노보노》와 달리, 《보노보노 33》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관통하는 거대 서사를 보여준다.
이야기가 스케일이 남다른 만큼 한계 없는 상상력이 터져 나온다. 작가가 영화용 시나리오로 준비한 이야기를 만화로 먼저 선보였다고 밝힐 만큼 화면 연출이 압도적이다. 4컷 만화에서 이런 서사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일종의 로드무비가 펼쳐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주인공들이 모두 힘을 합쳐, 난관을 뚫고 과업을 완수해나가는 장면은 판타지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벅찰 지경이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는 작가 자신이 투영된 ‘오리’ 캐릭터는 기괴한데 공감이 가고, 생경한데 감동의 울림이 크다.
《보노보노 33》은 4컷 만화에서도 이런 스펙타클한 장면 연출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오리를 돕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 온갖 고생을 감수하다가 비로소 아니아니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느끼는 그 안도감. 그런 감정 이입이 탁월한 《보노보노 33》이다. 귀여운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던지는, 자연의 순환과 자연으로의 회귀에 대한 메시지가 묵직하다.
힐링 만화 《보노보노》는 《보노보노 명언집(상-오늘은 바람과 사이좋게 지내보자, 하-이유 없이 문득 외로워질 때가 있다)》이 발행될 만큼 우리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대사가 일품이다. 《보노보노 33》에서도 강력한 웃음과 깊은 성찰로 독자를 미소 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