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부산일보》와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소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약 9년여 만에 출간하는 세 번째 시집 『너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에서는 무수히 흘러간 시간들을 껴안으며 새로운 사랑을 탄생시키는 화자가 세계에 놓여 있다. 구체적 경험과 생활 감정을 기반으로 정감 있는 일상적 세계를 선보이다가도, 때로는 서늘하고 낯선 욕망의 맨얼굴을 처연히 드러냈던 지난 시집과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는 사물들을 ‘수단과 도구’ 속에서 새롭게 꺼내들며 낯선 풍경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번 시편들은 ‘기억’의 문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시인에게 과거란 잠재적이고 비가시적 질서의 일부이며, 이 모든 과거 속에 몸을 던졌을 때 태어나는 사랑의 의미, 사랑의 새로움, 사랑의 자세 같은 것을 느껴볼 수 있다. 타자적 존재와 시적 대상에 정서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도 한걸음 물러서는 화자를 만나볼 수도 있는데 시인 박소유 특유의 ‘거리감’으로 초대되어, 독자들은 그 모호하고도 부정확한 깊이에서 다시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해설을 쓴 고봉준 평론가는 이번 시집을 “‘사랑’이 초래하는 어긋남의 운명과 그로 인한 실존적 고독이나 그리움의 정서를 읽어내는 일”로 제시한다. 그 권유가 낯설지 않은 것은 이번 시집이 말 그대로 ‘다 보여주는 일’을 선택하지만, 다 볼 수는 없었다고 말하게 되는 그 어긋남에서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는 시인이 그 시차 속에서 써내려간 세 번째 교차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