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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꽃

말린 꽃

  • 이용환
  • |
  • 바른북스
  • |
  • 2019-03-29 출간
  • |
  • 120페이지
  • |
  • 125 X 210 mm
  • |
  • ISBN 979116356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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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방 안에서 피우는 드라이플라워

조향순(시인)

이용환 시인의 작업량은 엄청나다. 그는 방 안에서 쉼 없이 꽃을 피워댄다. 상처로 꽃을 피우고(『등뼈』), 꿈으로 꽃을 피우고(『몽생기』), 어머니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어머니 졍전』). 그러나 이것은 부분일 뿐, 한참 정리해보아야 윤곽이 잡힐 만큼 그의 작업량은 방대하다.
그가 피우는 꽃들은 현재 광합성이나 물올림이 진행 중인 꽃이 아니라 방 안에서 피우는 드라이플라워들이다. 그는 마른 과거들을 피워 올리고 있다. 원주 용수골 구룡계곡에서 보았던 산목련, ‘본 적이 있을 뿐인’ 이름 모를 꽃, 누이들과 오버랩 되는 달맞이꽃, 추억 속의 옥상 해바라기, 창백한 입술처럼 책장 사이에서 마른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화려한 봄밤에 어울리지 않게 왜 ‘세상은 나 없이도 잘 살아요’라고 할까. 그 이유는 ‘꽃이 지면 나의 병도 나아요/ 꽃이 지면 내 몸의 병도 알아서 기어나가요’이다. 그가 왜 방 안에서 마른 꽃을 피우는지 짐작이 될지 모르겠다.
그의 기억 속에는 많은 꽃이 있다. 백운산 산목련은 우아한 시골 아가씨의 모습으로 곱게 말려져 시인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내가 사람 흔적이 드문 백운산 용수골 구룡소까지 올랐던 사람이야! 그런 기억 자체가 꽃으로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다. 여직 ‘우릴 엿보고 있네’ 처럼 진행 중으로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룡계곡 품안이었다’인 과거형, 지난 날의 일이다.
시인은 다만 TV로 봄을 구경한다. 침침해진 눈으로 화사하게 터지는 목련 한 무더기를 보면서 바깥을 짐작한다. 물론 나 보기도 전에 피었다 졌을 것이다. 피면 어떻고 지면 어떤가, 나는 그냥 갈 데가 없다. 갇힌 꿈이 제풀에 숨이 죽는다. 다른 이들이 ‘이 화사한 시절에 나는 갈 데가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겠지만, 이용환 시인이 뱉은 이것은 갇힌 꿈이 풀썩 주저앉으며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이다. 이용환 시인의 시는 아주 쉽게 읽혀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가벼이 넘기기 쉬우나 헤아려가며 읽는다면 후딱 지나갈 수 없다. ‘이 화사한 시절에 나는 갈 데가 없다’처럼. 그의 시는 굉장히 무거운 호흡이다.
이용환 시인의 글 속에는 유난히도 가족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역시 지나간 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의 기억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달맞이꽃에 대한 인상도 그렇다. 이미 지나간 사람들, 여러 누이들의 얼굴로 겹쳐진다. 밤이슬을 맞고 피는 달맞이꽃처럼 잠깐씩 사라졌다 나타나는 이들이 어떤 공통점이 있는 모양이다. 흔하디흔한 망초꽃도 시인에게는 예사롭지 않다. 기억 속의 꽃이라서, 빠져들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이기 때문에 아주 곱게 말려서 간직하고 있다.
꽃잎이나 단풍을 책갈피 속에 끼워 둔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 그것은 바스러지는 날개, 창백한 입술이 된다. 시인의 생은 너무 일찍 몽땅 책갈피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만약에 상황이 달라져 그의 꿈이 갇히지 않았더라면 시인의 눈에 들어온 책갈피 속의 꽃잎은 ‘창백한 입술’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이용환 시인은 이미 생의 정점을 회상한다. 가장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답던 때가 그때였다고 한다. 마른 꽃으로 남아 있는 그때를 돌아본다. 흐릿한 얼굴들이지만 그때의 사람들은 예쁘게 말했다. 영광스런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그는 ‘내가 죽어도 당신들 무심히도 꿋꿋이 살아있으리’라고 중얼거린다. 빛나던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당신들’에서 그는 떨어져 나와 방 안에서 추억이란 마른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편지도 되돌아온다. 부도가 났나, 어디가 아픈가, 이미 딴 세상 사람이 되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결국은 그 오랜 동안 따로이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나를 떠났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았던가. 되돌아온 편지를 두고 시인은 또 아득한 옛날, 싱싱하게 어울렸던 그때를 회상한다.
시詩는 애타게 찾을 때에는 오지 않다가 포기하고 돌아설 때에 온다. 밤새워 클릭 클릭했지만 시는 오지 않았다. 드디어 문학을 어둠의 강, 불경하고도 외설스런 바람 소리라고 했던 그 절망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이 시가 되었다. 시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그늘 속에서 온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절망도 눈부시다. 어쩌면 시를 쓰라고 누군가가 그를 방 안에 가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감동의 요소 중 가장 큰 요소는 진솔함이다. 훌륭한 주제나 아름다운 기교보다도 그것은 앞선다. 마구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마구 달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지나가는 소리지만 마구 달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바람望이다. 발등이 부어 마구 달릴 수 없는 시인은 방 안에서 ‘마구 달리는’ 꿈을 꿀 뿐이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 보면 아침에는 늘 늦잠을 잔다. 아프지 않아 마구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하여, 당신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어떤 사랑의 고백보다도 더 진한 고백이다.
이용환에게서 시詩는 별것이 아니다.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생각과 말들이 시가 된다. 그래서 아주 쉽다. 일상 속의 대화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이음새가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립고 소중한 것은 멀리 두고 보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말이다’일 뿐이다. 흔히들 내뱉는 한마디가 미끈한 시의 한 구절이 된다. 이것이 이용환 시詩의 특징이다.
그러나 쉽게 지나쳐버리면 그의 속마음의 구절을 놓치게 된다. ‘당신이 원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를 염두에 두고 보면 ‘~싶은’ 그의 모든 바람들은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당신을 향한 사랑의 고백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과거이고, 그 마른 꽃을 피워내다가 그는 결국 자신에게 경고한다. 그의 깨달음은 아예 높이 날지 않는 것이다. 용수골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날이 아름다운 광휘에 휩싸여 일 분 일 초를 다투며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 그는 약속도 집착도 말고, 꿈도 꾸지 말고, 너무 높이 날려고 하지 말자는 깨달음에 이른다. 그의 시는 이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아픔을 짐작하면서 읽어야 한다. 갇힌 꿈의 요동(搖動)을 느끼면서 읽어야 한다.
말린 꽃이 가득한 방 안, 말린 꽃의 향기는 이런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창문을 열어 말린 꽃에게도 바람을 쐬어 오래도록 싱싱하기를, 줄곧 피어나기를 바란다.


목차


1부 꽃과 함께
이름 모를 꽃/수선화/목련 한 무더기가/봄이 온다지?/꽃보라 속이라고/보통리 벚꽃 만개/진달래/꽃샘추위/아카시아 꽃/향 짙은 꽃은/백운산 산목련/달맞이꽃/??도라지꽃/?옥상 해바라기에 대한 추억/붉고 고운 조약돌/말린 꽃/

2부 순환하는 그리움
무심無心/자경문自警文/기억, 기억들/아름다운 광휘光輝에 휩싸여/오작교/슬펐던 사람들을 찾아서?/클릭 천 번에/중독/이상한 놀이터/저 어둔 산등성이 너머에/그림자놀이/이 강江의 끝을 잡고/갈대숲이 우우- 우는 것은/여름 매미/열정 시인들의 아득한 합창/촉도난蜀道難

3부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시정(始丁)에게/티끌처럼 하찮게/세기말世紀末 기분으로/그립고 소중한 것은/잠든 내 곁을 다녀간 너는/앵두와 산딸기/듣기 좋은 말/?플라타너스 그늘 아래/변장을 하고/자야子夜에게/적멸의 골방을 나와 걸어간 무심/망초밭이 날 불러/언제 다 살아/빈의자 님을 위한 연대기/사이트의 주검들/너에게 부탁해/

4부 이별의 백미
쉽게 포기한 것/018번호 연락처/수취인 불명/칭병?病/표 없이 그대, 아무렇지도 않게/청산에 간 자야/좋은 생각/시체놀이/있는 듯 없는 듯/통속通俗으로 가다/그 나이 마흔에는/다시 한번 사랑을/아까운 시인, ?별처럼 지다/그리 될 거라는 것/지금까지 고마웠다/

5부 나의 아내
우렁각시?/잔잔한 일상/당신이 원했던 것/산다는 것/감 던지기/아내는 호박 두 덩이를 내려놓고/카네이션 브로치/가슴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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