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부모님과 큰 누님의 죽음 후 삼 년간 애도하며 아픔을 덜고 소통하고자 욕심 없이 쓴 시들을 모았습니다.
서언
哀而不傷 - 슬플지라도 비관하지 말라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슬픔은 어쩔 수 없는 운명에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슬플 때마다 자포자기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고 덧없을 것입니다.
시인은 메마르기만 했던 청춘 속에서 한 줄기 봄볕의 기억을 찾아내어 슬픔과 좌절을 희망으로 승화시켰고, 계속되는 생의 불공평함에 한탄하다가 종교에 귀의하면서 이제는 겨울이 두렵지 않은 秋菊으로 활짝 피어났습니다.
기름진 맛에 식상한 현대인들이 소박한 시골음식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듯, 단어와 흥정 없는 시인의 절실함은 잊고 지냈던 따스한 봄날의 햇살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시인의 열정에 찬사를 드리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 이 희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