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선보이는 열린시학 열린선選 시리즈”
매년 1월 1일 스무 군데가 넘는 전국 신문사에서 신춘문예 당선자를 발표합니다. 화려한 등단의 순간이 찾아와 스무 명의 신예 시인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등단 이후 ‘생명력’이 오래 가는 시인은 희박합니다. 중앙지 신춘문예 출신 중 젊은 시인들만이 계속해서 주목받고 나머지 시인들은 자신의 시적 재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시단에서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따라서 계간 열린시학사는 신춘문예 당선자 중에서 실력 있는 시인을 발굴하여 새로운 시리즈를 발간하고자 합니다. 시집 분량의 투고작을 심사하여 나이와 출신(학연, 지연 등), 성별 등을 따지지 않고 오직 작품성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년 최대 10권의 시집을 발간합니다.
003 문근영 '안개 해부학'
대구 출생. 2009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2014년 순천향대학병원 신춘문예 당선. 2015년《열린시학》신인상 당선, 2016년 눈높이 아동문학상에 동시 당선,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및 금샘문학상 수상.
문근영 시인은 ‘시선’을 언어로 변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또한 일정한 두께로 쌓여가며 축적되는 시각적 현상들을 순간 정지시키고 현상들의 순수한 상징적 관계들을 도출한다. 그의 시는, 하나의 사물 혹은 사태를 다면화하고 입체적으로 재배치하면서 기하학적 상응을 내적 이질성으로 교체한다. 물론 시인이 언어에 압축시킨 현실이란 다름 아닌 생활의 구체적인 모습들이다. 구제역으로 돼지들을 살 처분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깊은 주름과 한숨, 그것은 명암이 농후한 회화와 같이, 우리의 가슴에 직관적으로 새겨지는 명징한 서사다.
─ 박성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