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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가 향기롭다

냉기가 향기롭다

  • 이승규
  • |
  • 빗방울화석
  • |
  • 2019-03-10 출간
  • |
  • 156페이지
  • |
  • 131 X 216 X 20 mm /325g
  • |
  • ISBN 97911895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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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의 시를 읽으면 어느새 “내 속에 내 것 아닌 숨결”이 들어와 눈발을 맞으며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가다 발자국을 함께 포개기도 하고 두문동재를 넘다 “검은 사택 금 간 담벼락에/아이들이 그려 놓고 간 샛노란 해”를 눈 아리도록 바라보게도 된다. 표제시 「냉기가 향기롭다」에 나타난 토왕성 빙폭으로 가는 골길(Y골)도 눈사태로 희생된 영혼이 떠도는 곳인데 “내 속에 내 것 아닌 숨결”을 받아들이면 이 골길의 냉기는 향기로 바뀐다. 시인이 백두대간 시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 속에 내 것 아닌 숨결”은 끝없이 변용되는 역동적인 이미지이지만 결국 분단의 극복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의 시 「자전거」는 분단을 극복하는 일은 이념이나 정치에 있지 않고 “먹통 가슴”을 울리는 민족의 정서적인 융합에 있다는 것을 아프게 환기해 준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방민호 교수는 해설을 통해 시인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차가움 속에서 향기를 발견하는 시인은 ‘아이스케키’를 달게 먹는 아이처럼 오늘도 자신의 삶을 이루는 작은 것들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보고, 떠나가 멀리 순례하는 여행 속에서 자기 자신의 내재적 힘을 발견한다. 멀리 떠나도 맑고 투명한 고향 속에 사는 듯한 이 시인의 시들 속에서 나는 이 어려운 시대에 시인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발견한다. 그는 바람에 기대어 바람을 버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시집의 앞부분에 자주 등장하는 유년기 소재의 시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이고 변질된 현실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인은 어떠한 순간에도 대상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애정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있다. 현실을 꿋꿋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에 눈길이 머물 때 그 목소리가 빛을 낸다.

코끼리 같은 남자가
손바닥만 한 의자에 쭈그리고 앉는다
무릎 위에 하이힐을 올려놓고
온 신경을 바늘 끝에 모으지만

터진 신발짝 같은 생활을 질질 끌고 다니다
중고트럭에 수선 부품과 노하우를 싣고 온
모래내시장에서 자꾸 흐려지는 눈을 비빈다

그가 옆으로 밀쳐놓은 핸드백에서
인조악어가 빠져나오자 슬금슬금
양과 소가 옷걸이 뒤로 뒷걸음친다
구두굽에 못 박는 그의 단호한 망치 소리에
동물들이 제각기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는 관록 있는 조련사다
그가 웅크리고 손보기만 하면
양 잠바가 배달 스쿠터를 부르릉 몰아대고
들소 구두가 후다다닥 시장바닥 내달린다

그의 팔뚝에도 용이 막 승천하고 있지만
뚜렷한 흉터가 지퍼 닫듯 손등을 잇고 있다
하지만 그의 손은 그 누구의 과거도
어김없이 받아들인다

냄새 나는 진창길 달려왔어도
어딘가 찢겨 실려 왔어도
감쪽같이 아물게 하고 새 살 덧댄다

죽어서 이름 못 남길 사람들
뒤틀리고 헤진 가죽 쓰다듬는다

―「가죽일체수선」(20쪽)

이 땅의 자연과 인간에게 발견하는 정신의 아름다움

시집 속에 자주 등장하는 현장체험시는 어두운 시대를 힘겹게 뚫고 가는 고통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지혜와 사랑을 그리기도 한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삶의 고귀한 현장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생의 본질을 들여다보려 한다. 바닷가 벼랑에 찰랑거리는 다락논(다랭이논)을 층층이 일군 섬마을, 왜소하고 강인한 할머니의 얼굴 속에서 애 업은 소녀의 젖은 눈망울을 발견하기도 한다.

논 위에 논
햇볕 위에 햇볕
지붕 위에 마당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게
논이 논을 꽉
바람이 바람 꽉
애 업은 큰누나가 꽉

바다가 하늘로 쏟아지지 않게
눈물이 눈물로 부서지지 않게

바람 위에 벼
벼 위에 파도
파도 위에 서슬 퍼런
꼬부랑 할머니가 꾸욱 꽉

―「다랭이마을」(29쪽)

공동체의 동질성 회복을 염원하는 희망의 노래

백두대간은 분단된 이 땅을 하나로 잇는 지형적 실체이자 살아 있는 상징이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걷는 한 발은 그 어디에서든 백두산으로 또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한 걸음이다. 산줄기와 그것이 품고 있는 마을에 역사의 비극과 문명의 실상이 남아 있다.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공동체의 불안한 현실을, 그리고 폐허의 문학과 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번호를 붙이지 않은, 시인의 백두대간 시 연작은 계속 태어날 것이다. 「대간에서 만나는 사람」은 백두대간 시화전이 최초로 열린 금강산에서 시를 통해 북한 사람과의 정신적 합일의 감격을 노래한다.

햇살 속에서도 덜덜 떨리는 어깨를
찬바람이 치고 가는 옥류동

등짐 지고 다리를 건너
구르는 옥빛 물소리에 휘감길 때
검은 얼굴, 앙다문 입술의 북녘 사내가
나를 획 앞질러 간다

그의 뒷모습 놓치고 허위허위
관폭정에 다다라
칭칭 싸맨 시화를 펼쳐놓는다

서성이던 바람이 우뚝 선다
가쁜 숨 차분해지고
폭포소리에 시화 속 바위, 나무만 술렁인다

그가 다가와 시화 앞에 선다

팔짱 풀고 시구 따라
오대산 설악산 거쳐 향로봉에서
금강산으로 자꾸만 돌아오고 있다
그의 어깨 위에 반쯤 걸친 햇살 대신
각진 얼굴 부드러운 눈망울이 주위 햇살 받아내어
슬쩍 내 눈과 마주칠 때마다 온기를 전해준다

젖은 몸이 훈훈해질 틈도 없이
뒤섞이는 말소리, 폭포소리 사이로
등만 보인 채 그가 비탈길로 올라간다

꿈틀대던 시구들도 풀이 죽고
서늘한 그늘이 시화에 내려앉기 바로 전
그가 다문 입술 터트려
“오오” 하며 읊조린다

“지리산에 살다 죽어도
백두산에 살다 죽는 한 핏줄이여”
―「대간에서 만나는 사람」(97쪽)


목차


시인의 말

1
리히터 1.9
너를 보며 나도
갈 수 없는 동네
비행접시?
가죽일체수선
칠레야
나는 아기장수
통영 1
바다의 빛
와온
다랭이마을
검룡소
한 아이가 말했다

2
너를 안아 올리면
대추나무 이력서
미달
통증의 내역
빨간집모기에게
조양체육관
쥐를 위하여
눈부신 언덕
고래를 찾아서

앉은뱅이꽃
칠장산에서
강물을 만나기 위해

3
삼정에 날리는 눈
갈재마을
무풍
황악산에 오르면
끝없이 출렁거리네
흰수염 아이
전나무 아래로
고한에 뜨는 해
백두대간 임계장터 구간
못을 뽑으며
닭목이 새벽
바람 위에 한 발
선자령 배추밭
빛나는 소리
어떤 오대산
산속의 수평선
냉기가 향기롭다
오세암으로
상봉
흘리
까마귀 날개
대간에서 만나는 사람
삼일포
천지에 봄 오기 전에는

4
참꽃마리
답곡리 묘역
강정에서
매향리에서
아주 특별한 세상
대추리
철원 1
승일교
한탄강
군락
평래옥 냉면
부케
자전거
두만강 1
두만강 2

해설 - 아이의 감각으로 바람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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