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삶이 농사와 시가 되는 영월 만경대산의 유승도 시인!
이순으로 접어든 강원도 영월 만경대산의 유승도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수컷의 속성』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유승도 시인의 이번 시집 『수컷의 속성』은 앞의 시집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는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의 자연을 시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시인의 독특한 약력에서 보듯 그는 아직도 자급자족의 농사를 지으며 만경대산 중턱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농사는 물론 주변의 동식물과 한 몸을 이룬 채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자연과 삶이 하나라는 가장 시적인 시세계를 견인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는 내 집 옆이다 나도 물러설 수는 없다 그래, 나를 어찌하고 싶다면 덤벼라 누구 하나가 죽어야 한다면 한번 해보자
낫을 든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살짝 피하면서 찍어야 한다
멧돼지는 팍팍 땅을 찍으면서 달려왔다
마악 발을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좀 더 세게 땅을 앞발로 팍 찍는가 싶더니 멧돼지가 방향을 틀어 나무 사이로 달려갔다
목숨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었구나 비켜줘서 고맙다
멧돼지의 발걸음이 일으키는 소리도 곧 들리지 않았다 숲이 깊다
―「사투를 벌여야 한다면」 전문
짐승의 세계에서 어떤 영역을 지켜내는 것은 삶을 유지하는 양식이다. 이 시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유가 “내 집 옆이다 나도 물러설 수는 없다”에서 드러나듯 곡식과 가축을 지키고자 하는 농사꾼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멧돼지는 “방행을 틀어” 비켜간다. 여기에서 시인은 “목숨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었구나 비켜줘서 고맙다” 절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함께하는 삶의 양식, 공동체적 삶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유승도 시인은 영월 만경대산의 오막살이에서 20여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있다. 그의 농사와 시 속에는 싱싱한 곡식과 푸성귀가 가득하고 마당에는 가축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들과 산에는 날짐승과 들짐승이 어우렁더우렁 함께 한다. 그것은 “생사가 자연이요/너도 자연이니/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도/서러워하지마 화내지도 마”(「삭풍이 건네는 말」부분)와 같이 자연을 숭배하며 살아온 시인의 이력이 짙게 배어 있다. 따라서 이순을 맞이하며 펴내는 이번 시집은 유승도 시인만의 독특한 시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생활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