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3월 27일 공포되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법 시행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교적 잘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법이 미치는 사회전반의 영향은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도덕과 규범, 관행과 행동양식 전반에까지 복합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제정시점부터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12년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으로 입법예고 되었지만 제정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제외됨으로써 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교사와 언론인이 이 법의 적용대상자로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민간인의 일상생활에 법의 강제력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랐다. 또한 법시행으로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 직종과 업종의 불만이 컸고 형평성과 금액의 적정성 등에도 이견들이 속출했다.
2017년 12월 11일 농축수산물 분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높이는 개정안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과했고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일부 시행령의 내용이 변경되기도 했지만 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입법취지를 약화시킬 것을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은 데서 보듯 이 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상당히 강하다. 시행령 상의 식사, 선물, 경조사비의 금액상한선을 의미하는 소위 3-5-10 조항은 앞으로도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 있겠지만 법 자체는 상당기간 한국사회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규범으로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19년에 들어서 한 국회의원의 개발투기 의혹을 계기로 이해충돌 방지의 중요성이 사회적 관심으로 부상했다. 공적 권력을 보유한 자가 사적 개인으로서 이익추구로 인식될 수 있을 행위를 했을 경우 이를 규율할 적절한 틀이 마련되지 못한 한계가 노정된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안이 제출되고 그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 내용은 이미 청탁 금지법 제정 당시에 제출되었던 것이다. 권력형 비리를 방지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직자와 민간부문 모두에서 새로운 변화를 견인할 법적 보완과 규범의 재구축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법이 논의되던 시점부터 이 법이 미칠 사회적 파장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학자들과 법사회학자들이 법 시행에 즈음하여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청탁문화, 연고주의의 생활문화를 법이라는 강제력을 통해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법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법과 사회, 규범과 행동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매우 드문 사회적 대실험과정을 추적하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 사회학과 법학분야 연구자들이 법 시행 직후와 1년 시점을 택하여 전국단위의 패널조사를 실시하였고 두 차례의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인 의견들을 수렴했다. 여러차례 희의와 발표, 자료검토와 토론의 자리에 함께 참여하여 알찬 내용의 글을 만들어준 연구자 여러분들게 깊은 고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에서는 일찍부터 공익인권법센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공공사안에 법이 기여하는 내용들을 연구하고 이를 책으로 출간해왔다. 청탁금지법과 관련해서도 그 중대성을 감안하여 독자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한국사회학회가 수행한 공동연구와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의 관심은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상통하는 바가 매우 많아 양자의 연구작업을 함께 모아 이 책을 간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책의 간행에 있어서 여러분의 도움을 받았다. 꼭 감사를 해야 할 몇 분만 여기에 언급해 두고자 한다. 우선 쉽지 않은 조사설계에서 자료분석에 이르기까지 힘든 작업을 수행해준 김석호, 임동균 교수에게 감사한다. 이들의 손을 거쳐 제시된 데이터들은 앞으로도 이 주제에 대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서울대 법대의 양현아 교수는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으로서 공동연구는 물론이고 이 책이 간행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겨준 주윤정 박사의 수고에도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 윤세리 대표변호사, 공익재단 온율의 소순무 변호사, 박은수 변호사께 감사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 공동연구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포지엄의 자리에는 귀한 시간을 내어 끝까지 참여해 주셨다. 신뢰와 공정, 공익의 실현을 위해 뜻있는 로펌, 공익재단, 학회와 대학의 연구자가 힘을 모으는 멋진 협력의 한 모델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한국사회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면서도 신뢰수준이 높은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