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여행지가
어쩌면 우리를 바꿀 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다. 그 제목 말마따나 미얀마까지 갔다 와서 새삼 배운 건 뭇 유치원생도 알 법한 단순한 진리 같다. 바로, ‘내가 기분 나쁜 걸 남에게 하지 않기’ - 즉, ‘공감’이다. 현지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걸 똑같이 소중히 여기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거나 겉만 보고 업신여기지 않고, 가능하다면 현지에 깊숙이 어울리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기.
잠들어 있던 내 공감능력을 깨워 ‘남들도 똑같이 기분 나쁠 텐데’라고 생각해보게끔 도와 준, 여행에서 마주친 모든 ‘남들’에게 감사한다. 그 ‘남들’이 아낌없이 베푸는 호의를 입으면서 비로소 ‘경제적으로 값싼’ 여행지를 ‘전체적으로 값싸게’ 취급하던 나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남들’과 교류하며 낯선 문화에 호기심을 품고 감탄하는 이면에 우월한 관찰자로서 대상을 응시하는 나의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만남들이 없었더라면 ‘쉬려고 여행 왔는데 피곤하게시리 ‘그런 데’까지 신경 써야 해?’ 하고 모든 걸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고 말았을 테다.
‘그런가보다’하고 건성건성 넘어가거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하며 쉬이 고개 돌릴 일에 어느 순간부터 왜 그런 거냐며 궁금해 하고 자꾸 참견하려 든다. 미얀마를 제대로 공부한 전문가도, 미얀마에 십 수 년 거주해 본 적도, 미얀마를 종단횡단하며 두루두루 살핀 사람도 아닌 주제에 감히 이 나라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보태보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인 거 같다. “이젠 마냥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아져서”.
좋은 친구를 사귄 기분이다. 너를 알게 돼서 기뻐, 미얀마.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