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고백, 괴담, 그리고 다문화 가정과 운동부 폭력까지
학교에 관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발칙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모은 단편소설집
익명의 연애편지를 좇는 유쾌한 미스터리부터 운동부내 폭행과 다문화 가정 차별을 그린 어두운 호러까지, 다양한 색깔의 여덟 편의 작품을 모은 단편소설집 『곧 죽어도 등교』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미스터리부터 호러, 판타지, 로맨스를 넘나드는 다양한 색채의 작품들이 ‘학교’라는 하나의 소재 아래 모여 있어, 다문화 가정이나 시설 가정의 아이가 당하는 운동부 내 폭력이나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부터 밀실에 남겨진 연애편지를 좇거나 학교 유명인의 썸남을 찾는 수사를 벌이는 유쾌한 작품까지 다양한 색을 만나 볼 수 있다. 단편이기에 만날 수 있는 다소 실험적인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SNS 시대에 어울리는 짤막한 호흡으로 단편임에도 50개가 넘는 챕터로 이루어진 작품이나, 인물들이 학교의 번호로만 불려 모호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어 작품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마지막 경기. 그날 이후로 인생의 전부였던 축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경기가 종료되면 우리 삶의 한 자락도 같이 끝나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내내 울고 웃었다. 소리 지르고 춤을 추었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 경기는 먼저 떠난 친구를 기리는 것이었고 우리의 마지막 경기였다. 온전히 우리 것이었다.” _ 수록작 「11월의 마지막 경기」 중에서
수록작들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진행된 ‘학교’를 소재로 한 작품을 응모하는 ‘작가 프로젝트’를 거쳐 뽑힌 작품들과, 브릿G에 올라온 수천 편의 작품 중에서 편집부에서 검토를 거쳐 엄선한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단편집의 시작을 여는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사물함 속에 자신을 좋아한다는 고백편지를 받은 남학생이 편지를 보낸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일상 미스터리이다. 밀실로 변한 사물함에 얽힌 트릭을 선보이는데 서술 트릭이 얽혀 있어서 풋풋한 결말에 이르면 즐거운 반전을 맛볼 수 있다. 다문화 가정 소년이 당하는 축구부 내의 폭력과 차별을 그린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민간신앙과 복수라는 주제가 얽혀 장르적 밀도가 높은 구성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으로 약자의 등을 떠미는 냉혹한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그밖에도 교내에 떠도는 귀신 목격담을 추적하다 숨겨진 살인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호러 미스터리 「비공개 안건」, 수업이 시작됐지만 선생님도 오시지 않고 마침내 학교 내에 자신들만 남게 된 것을 알게 된 반에서 일어나는 판타지 미스터리 「우리」, 밤에 다시 돌아간 학교가 상상도 못한 것들의 소굴로 변해 있는 곤충 공포물 「연기」, 우울한 사람들의 몸에 기생하는 생명체가 왕따 여학생의 몸에 들어가 그녀의 삶을 바꾸는 「신나는 나라 이야기」, 친한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썸남을 찾는 수사를 그린 「고딩 연애 수사 전선」, ‘열등감’이라는 소재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흡인력 강한 호러 「신의 사탕」 등 작품들마다 다양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