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나는 단지 가난한 조선의 한 여인입니다.
잘리고 깎인 대로 「밀림」에게 부탁한 나의 마음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앞에서 「밀림」이 목쉬게 부르는 서투른 곡조에 행여 귀를 기울여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밀림」은 용감스럽게 노래를 계속하겠습니다.
―「십만 애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편지」, 《김말봉 전집》 7권, 193쪽
식민지 조선의 대표적인 여류 대중소설가, 《찔레꽃》과 《밀림》의 작가, ‘순수 귀신’을 비판하며 대중작가 선언으로 대중소설사를 열어젖힌 작가 김말봉 전집의 7?8권이 동시 발간되었다. 김말봉의 대표적 장편소설들을 시대순으로 발굴했던 이전 권들과는 달리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김말봉의 단편 서사들을 모았다. 김말봉의 장편소설이 막대한 구상과 다채다율한 곡절을 가진 풍부한 이야기성으로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하고 또 좋은 감동과 교훈을 주었다면, 김말봉 단편서사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김말봉의 다양한 면모를 좀 더 가까이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부인기자’입니다
직업부인이 되었다. 여기에 현실이 나왔다.
―「여기자 생활의 감상(感想)」, 《김말봉 전집》 7권, 163쪽
《김말봉 전집》 7권에서는 소설만이 아닌 김말봉의 칼럼, 기사 등을 수록하며, 김말봉의 첫출발을 ‘부인기자’로 규명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식민지 후반기를 대표하는 대중소설가로서의 김말봉이 아닌 그 이전 기자로서의 경력에 주목하여 그 행적을 찬찬히 담았다. 신랄하면서도 재치를 잃지 않고 시국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 기자 김말봉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를 푹 매료시키는 김말봉의 글을 읽다 보면 그로 하여금 식민기 대표 대중소설 작가로서 위치하게끔 했던, 그리고 시인 임화가 조선의 ‘유니크성’이라고 평가했던 김말봉식 유머, 도전정신, 무엇보다도 ‘재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