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현실 귀농, <리틀포레스트>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를까?
서울에서 경북 문경으로 귀농한 주인공 지은! 농사의 ‘ㄴ’ 자도 모르는 데다 파리랑 모기만 보아도 질겁하는
서울 토박이가 과연 농촌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이웃들과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웹툰의 주인공이자 작가 에른(이지은)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친척들도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다. 따라서 지은에게는 농촌생활이나 농촌문화를 가까이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시골생활에 대해서 아는 게 전무한 그가 ‘용감하게’ 귀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대다수 청춘들이 선호하는 한밤중까지 즐길 게 많은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굳이 “이민보다 어렵다”는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귀소본능이나 전원감성을 자극하는 매체에 경도되어, 혹은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만 가슴에 품고《리틀포레스트》의 김태리처럼 살고 싶어서 귀농을 결심한 건 아닐까? 뭣 모르고 ‘용감모드’로 도전했지만 얼마 안 가 ‘절망모드’로 다시 상경하지 않을까? 이 모든 의혹과 우려는《도시소녀 귀농기》1권의 중간 지점을 넘어가면서 말끔히 사라진다. 주인공 지은의 귀농이 철없는 객기나 무모한 도전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 에른이 경험한 귀농의 시작은 ‘부모님 따라서’였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읽고 그리며 웹툰작가로서 데뷔할 꿈을 키워가던 중, 남보다 조금 일찍 은퇴를 결심한 부모님을 따라 시골행에 동참한다. 동생과 함께 서울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흔한 삶의 방식, 그래서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삶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자신과 자신의 꿈에 오롯이 집중하는 방식을 택한다. ‘다르게 보이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귀농 결심과 준비 단계부터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만화로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귀농의 로망은 물론 농업에 관련된 정책, 농촌생활자에게 필요한 사소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치열한 공부와 취재를 통해 그 정확한 내용들을 웹툰으로 구성하여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자유연재만화 코너에 이를 매주 한 편씩 올렸다. 그러고 나서 웹툰이 완결되자 이를 정리하고 내용을 좀 더 다듬어서 마침내 총 4권(1권 결심, 2권 농사, 3권 청년농부, 4권 건축)짜리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시골집 구하기, 땅 매물 알아보기, 귀농지원정책, 귀농교육,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는 방법, 농촌에 집을 지을 때 표준설계도를 구하는 방법, 상수원 처리, 작물 재배, 각종 지원 수당 알아보기 등 현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쓸모 있고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는 흥미진진한 ‘귀농 정보툰’이기도 하다. 작가 에른은 경북 문경에서 그간의 열정을 인정받아 2018년 2월 문경시 귀농귀촌 홍보대사로 선정되었고, 이와 더불어 현재 ‘문경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정기적으로 웹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소녀 귀농기>는 귀농 관심자에겐 필독서, 웹툰 관심자에겐 흥미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멋진 책이 될 것이다.
1권_명랑한 귀농종합 지침서의 포문을 열다
익숙한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한다는 건 짐작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은 조금 일찍 은퇴를 선언한 부모님과 함께 고향 서울을 떠나 낯설고 물선 경북 문경으로 귀농한다. 하지만 마당 딸린 집 짓기, 평화로운 전원생활, 동물농장 만들기, 친구들과 즐기는 바비큐 파티처럼 꿈에 그리던 시간은 쉽사리 오지 않는데…. 1권은 만화의 주인공과 그들의 특성을 소개하고, 주인공 가족의 귀농 도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귀농을 주도한 막금 씨(주인공의 엄마)와 옥순 씨(막금 씨의 절친)가 발품을 팔아 매물을 알아보는 과정, 친구 및 가족들과 마음 모으기를 비롯하여 주인공이 수동적이었던 자세를 뒤돌아보며 귀농에 온전히 마음을 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데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2권_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선수가 되는 거지!
귀농 과정은 정말이지 많은 공부와 마음의 준비를 요하는 것이다.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끈끈하게 이어진 네트워크에 낯선 얼굴로 연결되려 애쓰는 것이며 동시에 한정된 예산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조각조각 흩어진 정보를 긁어모으는 작업이기도 하다. 실전 농사는 물론이요, 농사 후 판로를 개척하는 일, 급변하는 미래에 대비하는 일 등 익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귀농 초반, 땅을 치며 후회하거나 앓아눕거나 돌아갈 짐을 꾸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줄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지은은 어떨까? 그녀는 귀농 선배의 조언에 따라 좋아하는 품종부터 길러보리라 마음먹고 부모님이 농사를 허락해준 귀퉁이 땅에 수박 모종을 심는다. 그런데… 흙과 물, 퇴비와 햇볕만 있으면 뭐든 저절로 자랄 거라는 기대는 착각이었다. 하지만 지레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지은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겠다고, 그러다 보면 다음 할 일이 보이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은의 귀농은 과연 2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3권_어리바리 귀농 초보에서 농촌의 마음을 읽는 청년 농부로!
서울에서 경북 문경으로 부모님을 따라 귀농한 주인공 지은! ‘동물농장’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로망을 품은 채 자투리땅에 수박농사도 지어보는 등 농촌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전히 벌레의 ‘ㅂ’ 자만 들려도 도망치기 바쁜 서울 토박이 신세지만 나름대로 차근차근 자신만의 영역을 다지게 된다. 특히,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 진희와 세준 덕분에 지은은 보다 흥미로운 농촌의 삶을 설계하게 된다. 엄마 친구의 꽃차를 아이템으로 선정하여 프리마켓에 진출하는 등 젊은 농부답게 농원 생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제 막 땅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지은과 그의 가족에게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는데….
4권_귀농의 마지막 미션은 집을 짓고 정착하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고군분투 끝에 새 삶의 터전에 집을 짓게 된 지은네와 옥순 씨네. 주야장천 ‘내 손으로 집 짓기’를 우겼던 아빠들에게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일깨워준 뒤 두 가족은 발품을 팔아 고르고 고른 시공사에 건축을 의뢰한다. 그런데 믿고 맡긴 선수들의 집 짓기 역시 주문한 대로 상상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붙어 서서 매의 눈길로 관찰하지 않으면 여기도 저기도 주문과 달리 구현되곤 하니까! 그 바람에 건축주의 속마음은 날로 타들어 가지만…. 이들 가족은 과연 귀농의 마지막 단계인 ‘건축과 정착’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여 ‘친애하는 문경 주민’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