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가 “존재하는 것이란 시간과 시간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끼여 있는 시인은 살고 존재하는 위치와 거리까지 공간의 존재로 명상하기 마련이다. 김남조 시인이 겨울바다에 가서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겨울바다」)이라고 명상했듯이, 그리고 후안 라몬 히메네스 가 “시간과 기억들은/ 지름길로 오지 않고/ 빛과 바람 타고 온다”고 노래했듯이, 우경진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 『바다가 창문을 닫는 시간』 속에는 모든 시간들이 삶의 신비를 모색하고 성찰하며 꿈꾸는 구조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집의 표제 시에서는 시간의 메타포가 “오래오래 겨울바다를 보고 있”는 시인이 “얼어붙은 바다”와 “물새”를 통해 “한 뼘씩 깊어지는 삶의 무게를 느끼”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깊어서 너무 깊어서 얼어버린 바다”에서 보여주는 시간의 어마어마한 힘은 인간에게도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이라서 “삶의 무게”가 “한 뼘씩 깊어지는” 걸 감지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의 이러한 시간에대한 감지는 러시아 시인 데르자빈의 “시간의 강물은 자신의 흐름 속에/ 세상만사 모두 실어 나르고/ 망각의 심연에 빠뜨려버리네” (「시간의 강물은 자신의 흐름 속에」)처럼 시간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이 시간의 힘은 30여 년 장롱 속에서 잠자던 손목시계를 찾아 손목에 차면서 “저녁 커튼에 기대어 내 삶이 깊어간다” (「저녁 커튼」)고 시인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잠시 잊었던 나를 헤아리며”(「벚꽃의 온도」)지는 벚꽃의 온도가 몇 도일지 궁금해하는 광경 또한 결국 시인 자신의 삶의 온도에 대한 성찰임을 우리는 눈치챌 수 있다. 특히“ 비탈진 길 울퉁불퉁한 길도 포장도로라고 생각하며 막무가내 달려왔던 날들 뒤돌아보면 내가 잠시 머물렀던 자리에도 바람과 비와 햇살이 수없이 다녀갔을 것”(「비 오는 날의 오후 3시」)이라는 ‘삶’의 의미장이 얼마나 처절하게 확장되고 있는지 실감 날 수밖에 없다.
- 해설 『바다가 창문을 닫는 시간』 中에서
- 허형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