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에서 바람을 이긴다는 것은, 활이 아니라 내가 이기는 것을 뜻한다.
바람은 강궁으로 이길 수 없다. 오직 연궁을 써야만 바람이 정체를 드러낸다.
그렇게 드러난 바람의 맨얼굴을 마주하고 범처럼 달려드는 그 사납고 얄미운 얼굴과 싸워야 한다. 처음엔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의 맨얼굴에는 ‘나’의 마음이 담겨있다.
내가 나를 이기는 단계에 이르면 바람이 꼬리를 접고 내 앞에 무릎 꿇는다.
내가 일어서라고 하면 일어서고, 내가 누우라고 하면 눕고, 내가 구르라고 하면 뒹군다.
풍향기의 꼬리뼈를 따라서 이리저리 날뛰던 바람이 날아가는 화살의 주변으로 다가와서
과녁 밖으로 벗어나는 화살을 과녁의 한 복판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