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임 시인의 첫 시집 『섬광으로 지은 집』이 천년의시 009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전남 광주 출생으로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고 현재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며 시를 쓰고 있다. 시집 『섬광으로 지은 집』은 대상과 그 대상의 이면을 응시하는 순간 현현하는 이미지의 재현이자 곧 일어날 사태의 가능성을 직관으로 감지하여 감각적 사유 혹은 이미지로 전환하는 순순한 ‘사유―이미지’ ‘언어―이미지’의 장이다.
해설을 쓴 박성현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이정임 시인은 바라본다. 급격하게 기우는 황혼의 비탈에서도,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대상을 응시한다. 그 눈빛은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비가시적인 모호함의 세계를 직관하고 그러한 만큼 서늘하”다고 평했다. 이처럼 대상을 응시함에 있어서 이정임 시인의 회로는 언제나 충만한 시적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열린 채로 기억을 시로 재현하며 타자에 닿는 감각을 새롭게 산출한다. 해설의 말처럼 언어가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주체의 고유한 작용”이자, “세계의 모든 사물과 사태들의 대칭”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정임의 시는 언어 고유의 특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모순과 역설, 중첩으로 가득 찬 이야기로 매순간 가능과 불가능이 공존하는 세계에 노크를 하는 사람이 된다. 시인이 빚어내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보다 치열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