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시인은 순수한 이미지즘의 시조를 많이 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이미지가 골고루 나타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이번의 새 시조집 『동산에 달 오르면』에는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가 나타나는 작품들이 많다. 자연 친화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비유를 통하여 순수를 지향하는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정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는 이헌 시인의 시조에서 현대시조의 내일을 본다. 여러 시조에서 나타나는 그의 작품 세계는 맑은 심성의 바탕 위에 객관적인 사물을 자연 친화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말보다는 글로 나타내야 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이헌 시인은 감성의 깊이가 깊고 살아온 삶에 대한 아픔을 묵묵히 견디며 일상의 언어들을 아름다운 시어로 다듬어내고 있다. 때로는 빗나간 현실 세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와 기다림, 화해의 미학에서 깨달음의 시학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