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역동적 사랑
오미옥의 시에는 따뜻한 사랑이 넘쳐흐른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그녀의 오감을 통과하는 순간 정감 어린 생명체가 된다. “상강 지난 개울가에” 눈부신 “치맛빛” 고마리 꽃은 “첫날밤도 못 치르고/집 앞 도랑에서/아버지 발아래 잘근잘근”(「고마리」) 밟히던 어머니와 일체를 이루고, 북두칠성도 그렇다. “새벽하늘로 올라가신 내 어머니/별을 떠 주시던 국자 하늘가에 걸어 두고/오랜만에 당신이 낳은 아홉 자식들/평상 위에 모여 먹는 저녁 밥상을/가만히 내려다보시네.”(「북두칠성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서사가 주를 이루지만, 이번 시집에서 시인의 시선이 가족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이번 시집의 근원을 황선열(문학평론가)은 ‘모성’이라고 보았다. 그녀가 노래하는 모든 사물들은 상실과 아픔을 노래할 때에도 묘한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근원에는 세상 만물이 모두 측은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대지의 신을 상징하는 모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오미옥의 독특한 서사 방식이다. 그녀는 시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끌어오고 그 아픔을 감싸 안고 있으며, 동시대의 고통과 감응하면서 그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치환하고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서사 방식은 그녀의 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적 방법론이라고 할 만하다.
“손돌바람이 부는 날/어쩌자고 때늦은 사과꽃은 피는가”로 시작하는 시 「소설(小雪)」의 한 대목을 보자. “첫아이 출산하고/백일 지나 덜컥 수태된 생명//죄의식도 없이/핏빛 생명 지우고/스무 해 넘게 살아왔는데//삭풍에 피어/끝끝내 도달하지 못할/내가 버린 생명 같은 꽃 피었다.”
“요즘 시들이 특별한 감흥도, 내용도 없으면서 난해하고 요란스러운 말장난이 많아진 것에 불만이었는데 모처럼 소박하고 순정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꾸밈없는 시편들이 고마웠다.”(박두규 시인)
“오미옥의 시집은 독특한 시적 방법론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무엇보다 신선하게 읽힌다. 그 무궁한 사랑의 끝에는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그녀의 시가 주는 매력이다.”(황선열 문학평론가)
오미옥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06년 『사람의깊이』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