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전당 시인선 301번은 2003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개정판이다.
2005년 출간되었을 당시,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는 여린 마음과 예민한 눈으로 포착해 낸, 시 전편을 관통하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이 세계를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시의 난해함과 유행성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서정적인 물음을 그물로 던지며, 보이지 않는 것을 길어 올렸던 시에 대한 시인의 올곧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집이다.
2019년 개정판에서는 고봉준 평론가의 새로운 해설 「작고 연약한 것들을 위하여」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결국 고영 시의 중심이 세계와의 불화를 증폭시키는 방향보다는 상상력과 언어의 힘에 기대어 넘어서는 데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귀중한 발견과 함께, 다시금 고영 시인의 시세계를 면밀하게 읽어나간다.
표제작을 통해 “멀미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리움이었다 / 그리움이 쌓일수록 계단 숫자도 늘어”간다고 고백한 시인의 그리움은, 작고 연약한 것들이 쉽사리 소멸되지 않도록 다시 이름을 불러주는 일로부터 채색되어간다. 이번 개정판 시집은 소외되고 밀려나는 존재들에 대해 이따금 따뜻하고 선명한 눈빛을 보내왔던 시인의 체온을 지닌 시편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