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쓴 일기를
모았습니다
조울증, 알코올중독
그리고 폐쇄병동에서 보낸 열흘간의 휴가
“앗! 벌써 오월이에요.” 하며 여름
냄새를 맡았는데, 술이 깨니 오월 중순이었다.
술에 취하면 곧잘 죽고 싶어졌고 죽을 준비를 했다고, 그러다 문득 죽으려 결심이 서면 친구가 술을 마시자 찾아오거나 누군가가 준 기프티콘 따위가 생각나 죽을 수 없었노라고,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 폐쇄병동을 찾아갔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F/25』(2019, 자화상)는 조울증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정말 이렇다 죽을까 싶어 제 발로 병동을 찾아 입원한 작가의 이야기를 실은 우울증 수기다. 열흘 동안 폐쇄병동에서 보내며 적어둔 일기와 메모 같은 것들이 감정의 흐름대로 혹은 두서없이 이어져 있는 이 책은 폐쇄병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금’의 느낌보다 관계와 삶에 힘들어하며 그토록 원해왔던 ‘단절’의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더 이상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인간관계, 왜 버거운지도 모를 하루라는 일상들. 그런 것들로부터 잠시 ‘쉼’ 버튼을 눌러주는 것 같은 휴식. ‘폐쇄병동으로의 휴가’라는 타이틀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했을 이들은 위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이렇게 죽으면 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봤지만
‘오늘은 죽어야지!’ 준비한 날은
한두 번 있었다. 지난 주말이었다.”
저자 김현경이 갖고 있는 증상은 정확히 말하면 우울증이 아니라 조울증이다.
“조울증과 함께 살고 있다. 나를 관찰해본 결과, 한 달 반 정도는 잠도 거의 안 자고 잘 먹지도 않고 일을 벌이고 모든 일에 자신만만해진다. 그리고 다음 한 달 반 정도는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집 밖에 나가거나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진다.
전자인 상태를 조증 삽화, 후자인 상태를 우울 삽화라 말한다. 나는 그 갭이 엄청나게 커서, 조증 삽화일 때에는 한 달이면 책 한 권을 써 만들 수도 있지만, 우울 삽화일 때에는 술을 마시고 집 안에서 죽음에 대해서만 떠올리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_본문 중에서
저자는 폐쇄병동이라는 이미지 탓에 자살기도를 하면서도 치료를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비친다. 그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냈다고 전한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이 힘든 이들이 조금이나마 폐쇄병동을 체험하고, 스스럼없이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