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슬픔과 소외로 건설한 세상의 기원을 들려주는 『갓길에서 부르는 노래』
2016년 계간지 『문학의식』에 단편소설 「갓길에서 부르는 노래」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던 김영애 작가가 2018년 1월 24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2008년 시전문 계간지 『시현실』에 시 「어떤 객사」 외 4편으로 등단하여 2014년 첫 시집 『카스트라토』를 출간하기도 했던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군포 지역 문우들과 지인들이 뜻을 모아 유고 소설집 『갓길에서 부르는 노래』를 출간했다.
김영애 작가의 등단작 「갓길에서 부르는 노래」의 작중인물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강제된 현재의 삶을 산다. 지금 이 순간은 전적으로 그 상처에서 파생했고 삶은 과거에 결박된다. 인물들은 넘어가려는 닻을 저마다의 포즈로 겨우 붙든 채 나름대로 삶에 대처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일상은 방황으로 귀착되지 않을 수 없다. 작중인물들이 보여주는 방황의 궤적은 자유의 등가물이다.
김영애 작가는 삶의 보편성 자체를 문제로 제기한다. 긴장을 조금만 늦춰도 소설은 평범함의 서사로 떨어질 것이지만 결코 자신의 소설을 그렇게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삶과 우리의 내면 깊이 자리매김한 슬픔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런 슬픔은 김영애 소설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모티프다. 「느린 우체통」은 작가의 의중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루지만 주제의 초점은 사회적 문제의식에 맞춰지지 않는다. 분명 소설은 세월호 사건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서사 전략은 사회가 조정하는 화제성보다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김영애 작가에게 인간적 방황은 욕망의 한 양상이 아닌 삶을 극복하는 기제다. 달리 말하면 작가가 견지하는 삶은 방황, 슬픔, 자유의 삼중주다. 상처는 그것들을 지시하고 불러내는 현실 세계, 즉 라캉의 상징계적 질서다. 「갓길에서 부르는 노래」에선 상처 입은 결혼생활과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인물들의 방황으로, 「피의자」에선 상처의 공허함이 만드는 죄의식으로, 「느린 우체통」은 서늘한 사랑의 슬픔으로 현실을 서사화한다.
김영애 작가는 소설을 통해 세상의 기원을 들려준다. 작품의 세계는 소외와 인간적 슬픔으로 건설된다. 작가는 인간의 슬픔을 사회적 시각으로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정체성 혹은 인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비록 작가의 소설 세계는 미완으로 끝났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은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