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을 쓰면서, 작가가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하 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든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에 나는 9개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내놓았다.
학창시절에 흠모했던 한 홍콩 여배우가 문득 떠올라 서 어떤 무더운 여름날들을 꼬박 새우면서 추억을 되새김질해보았다. 40대에 과부가 되어 우리 4남매를 홀로 키운 엄마의 사연은 어느덧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이야기가 되었다. 생명공학의 지식은 한없이 엷지 만 DNA를 소재로 한 짧은 글도 나름대로 꿰맞춰 봤다. 인터넷이 극도로 발달된 세상에서 진실한 사랑이 과연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존재하지 않는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상상해봤다. 소외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을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로 대치도 해봤다. 아버지와 아들, 그 오묘하면서도 애틋한 관계를 묘사해봤다. 개의 눈과 입을 빌려 저항과 혁명의 파노라마도 만들어봤고, 비둘 기와 인간의 전쟁이라는 매우 비약적인 이야기를 통해 서 인간의 욕망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렇게 내가 만든 이야기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독자에게 건넬 것이다. 독자들은 반응하겠지. 뭐야, 이 거?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나도 쓰겠다. 그저 그러네. 근데 돈 내고 사보긴 거시기해. 딱 돈값만 하는 소설이 네. 야, 이거 대단한데.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아. 기 타 등등.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나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염치없더라도 독자들에게 계속해 서 말을 걸 것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독자의 반응은 딱 돈값정도 하는 소설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낀 예쁘다 고 했나. 나 역시 내가 잉태한 나의 9명의 자식들이 귀 하고 어여쁘다. 귀한 내 자식들이 어디 가서라도 냉대 는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설픈 미숙아를 인큐베이터에서 잘 길러서 세상에 내준 유능한 닥터인 도서출판 청어의 이영철 대표님과 편집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거 꽤 괜찮은 이야기꾼이네.’라는 평을 듣는 소설가로 거듭날 것을 홀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