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을 필두로 약 30년간 세계는 제3의 민주화 물결이 이어졌다. 유럽에서 시작해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로, 그리고 동유럽에서 다시 중동과 아프리카로 민주화 물결은 이어졌다. 헌팅턴에 따르면 60개 이상의 국가가 이 시기에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세기의 전환과 함께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를 필두로 베네수엘라, 태국, 필리핀, 터키, 우크라이나, 온두라스 등에서 민주주의가 붕괴했다. 뿐만 아니라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조사를 보면 전 세계의 자유지수는 2005년에 피크를 이루고, 2006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17년 조사에 이르기까지 12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공산주의의 붕괴를 보면서 자유주의가 최후의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오히려 최근의 양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 전도사로 나섰던 미국마저도 민주주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익충돌적인 고위공직자 인사와 투명성 결핍, 그리고 인종주의적인 선동과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자유지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들은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되는 언론인이나 야당 정치인에 대해 백주대낮에도 테러를 자행할 뿐 아니라 반정부적인 조직을 폭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친화적인 정권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선거에도 개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개입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인종주의 정당들과도 연계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국 21세기에 들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는 민주화를 이루는 것에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제2의 민주화 물결을 타고 선출된 각국의 민주 정부들이 군사정변에 의해 무너졌던 것에 반해, 제3의 민주화 물결을 탔던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불공정한 선거와 여론조작으로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있다. 이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드루킹 등의 댓글조작 사건을 겪은 한국 민주주의에도 무시하지 못할 반면교사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시기에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민주주의 근육을 키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작동원리를 잘 알고 판단력을 키울수록 거짓정보와 선동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필자의 무능력으로 그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두렵지만, 독자의 비판을 바탕으로 앞으로 완성도를 더 높여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