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깃을 가지런히 잡아주는 성찰의 시
박각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박각순 시의 첫인상은 인간과 사랑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나오는 따뜻한 인간애다. 좋은 글씨란 형태가 아름다운 글씨가 아니라, 글씨 쓰는 사람의 의지가 획 속에 들어 있는 글씨라고 한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인의 인간애가 고스란히 시 속에 안겨 있기 마련이다. 그의 시는 편편마다 작지만 정겨운 삶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운명을 껴안고 행복을 받아들이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깨달음이다.
박각순 시인은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가만가만 성찰해간다. 그러면서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깨우쳐 우리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안내해준다. 그의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대상을 새롭게 보는 힘의 시작이다.
여유가 있어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시인, 순수하고 맑아 자연을 닮은 시인, 무엇을 가질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비우고 버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인, 가만히 마음의 깃을 가지런하게 잡아주는 시인,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박각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