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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온

파온

  • 사윤수
  • |
  • 최측의농간
  • |
  • 2019-01-24 출간
  • |
  • 108페이지
  • |
  • 113 X 188 mm
  • |
  • ISBN 979118867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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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흔들리다 죽은 것들의 환생

<최측의농간 | 시 006> 『파온』

『파온』, 사윤수 시집, 2019, 최측의농간

온다던 적은 아직 기미가 없다

…(중략)…

나를 위해 누가 울어주기를 바랄 수는 없는 법
사막의 장례는 풍화라는 걸
알고 왔던 길이다
「검(劍)이 빠르면 피가 솟구칠 때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부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의 시간으로부터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아는 순간이 온다. 여기, 누군가 자신을 위해 울어주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자신은 누군가를 위해 진양조로 노래할 줄 아는 시인이 있다. 그가 자신이 기다린 기억을 ‘시’로 적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명료한 자각이 있었으며 그 자각으로부터 한 권의 시집은 완성될 수 있었다. 침침한 불빛에 켜켜이 스스로 유배당한 자. 사윤수 시인의 시집 『파온』은 매달려서 견디다 흔들리며 죽어 환생한 ‘것’들의 모음집과 다르지 않다.

여기는 커다란 하나의 무덤 그 속에 작은 유리무덤들, 이제 나는 침침한 불빛에 갇혀 있습니다 내가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나도 모르는데 날마다 많은 사람들 들어와 나를 쳐다봅니다
「청자상감매죽유문장진주명매병의 목독(木牘)」

유려하고 격조 있는 시어들이 서늘한 문장으로 어우러져 발산하는 현묘한 시적 진술. 시집 『파온』은 고적(孤寂)의 정서가 흐르는, 그러나 그 고적의 감수성으로 현실을 손쉽게 재단하는 행위를 기피할 줄 아는 자가 상재한, 모처럼의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낭만주의자임과 동시에 현실주의자이기도 한 한 명의 시인/무사가 자신의 기분이나 경험으로 타자(나 아닌 것)를 아름답거나 추하게 재단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타자의 안팎을 물들이고 있는 기쁨과 아픔의 이면을 세심히 살피고 있는 시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세상에는 매달려서 견디는 것들이 많다
나도 어떤 것에 안간힘으로 매달려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던 때가 있었다
외줄을 잡고 젖은 빨래처럼 허공에서 뒤채었다
「빨래가 마르는 시간」 부분.

“매달려서 견디는 것들”을 살필 줄 아는 시인의 여림 혹은 헤아림은 필연적으로 안에서도 밖을 너끈히 알아차리는 감수성과 다르지 않을 터인데, 그로부터 시인은 밖에서 안을 향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밖에서 안으로의 그 빛나는 시적 여정은 물론 안에서 밖으로의 여정이 치열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달려서 견디는 것들”은 “흔들리다 죽은 것들”과 닿는데 “환생”은, 매달려서 견딤을 통해서라면, 불가능하지 않다.

어머니께서 나를 지으실 때
꽃대 무너진 아득한 어둠 속에서
그 꽃잎 한 움큼 뜯어 삼켰던 것일까
내 몸의 성분은 수많은 코스모스의 퇴적물 같다
…(중략)…
코스모스는 뜨겁게 흔들리다 죽은 것들의 환생이다
「코스모스」 부분.

흔들리며 사는 것들로부터, 그것들의 바라봄으로부터, 그리고 그 자신의 흔들림으로부터 이 시집은, 이 시인은, 잉태될 수 있었다. 타자가 견디고 있을 생의 무게를 향한 그의 시선은 그러므로 무잡의 혼돈이 가득한 당대의 현실 속에만 부유하거나 침잠하지 않으며 그것들의 배후와 근저를 향해 서늘한 궤적을 그리며 춤춘다. 그렇게 「파온」은 이 시집의 어조, 이 시인의 태도, 그가 시집 전편을 통해 창연히 구사해낸 목독과 낭독의 연금술을 완성하는 시편이다.

파온,
세 번째 폭우가 그쳤다
멀리 숨었던 새들이 돌아오고
풀벌레들 똘똘똘 또르르르 노래하겠지

파온,
배롱나무 제 치마 아래로
자디잔 꽃잎 낭자하게 해산(解産)하였다

…(중략)…

파온,
생의 무늬가 아스라이
흩어지던 은빛 머리카락이었나
그 무늬 만져보면 부드럽고 따스하니
진양조로, 불어라 바람이여
「파온」 부분.

끝내 정확히 가닿을 수는 없을 마음과 흩뿌려져버리고 말 노래의 한계 속에서 “파온”은 그 가닿을 수 없음과 흩뿌려져버림을 뜨거운 의지로, 새로운 내일의 기억으로 돌파해내려는 목독에의 의지와 다르지 않다.

더 좋은 곳 어디에 있을 줄 알고 이리도 내팽개쳤느냐 세상이 너에게 친절하고 아양 떨기를 바라지 마라, 고 항시 너를 생각하여 내 마음 깊이 보내는 편지를 왜 몰랐더냐 외로움에 치를 떨며 그 큰 눈에 닭똥 같은 눈물 흘리던, 장동건보다 잘 생기고 석부작 목부작 난초 작품을 잘 만들던 너를 미처 더 사랑하지 못한 나의 죄 너무 크구나
「갱빈에는 돌도만코」 부분.

시조처럼, 판소리처럼, 넋두리처럼 펼쳐질 생을 향한 그 목독에의 의지는 기억을 추억이 아닌 기억/상처로 온당히 제사(祭祀)지낼 것이며 노랫말로 목독 가능한, 이 시인 특유의 운율을 통해 기억은 박제된 후일담이 아닌, 내내 곁에서 함께 숨 쉬어갈 뿌리로 화할 수 있을 것이다. 못처럼 박혀 뿌리처럼 갈래갈래 뻗어가는 것. 그로부터 비로소 그는 타자가 견디고 있는 생의 무게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내리치는 우레와 불꽃을 품고 돌이킬 수 없는 절벽 깊이 박혔다 단 한 걸음도 허락되지 않는 견고한 부동의 곡예 실핏줄 균열마저 움켜쥐어야 더욱 단단히 뿌리를 내릴 것이므로, 피가 맺히는 자세를 묵묵히 버텨내는 것에 너의 지극함이 있었다

벽의 지층에서 못의 뿌리가 갈래갈래 자랐다 어둠을 먹고 못은 붉은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싶었을 것이다 이마가 은색인 족속이 저무는 나의 기슭과 마주칠 때마다 유난히 빛난다면 그것을 저녁별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겠나 못도 오래 박혀 있으면 누군가 거는 외투만으로도 그 사람 생의 무게를 잴 수 있다
「벽에 박힌 못이 흘러내렸다」 부분.

진실/타자의 이면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타자의 한 부분이라는 것. 그러므로 시집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흩어진 시편의 열쇳말들을 그러모아 우리는 시인의 삶을 꿰뚫는, 시인을 너른 빨래처럼 흔들리며 말라가게 만든, 생(生) 혹은 진실/타자의 면면들과 서늘하지만 뜨겁게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자문한다. “시가 나를 세상에 정붙이게 할 수 있을까/무엇과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삶이 무너지던 순간을 값싼 낭만의 주절거림으로 덧칠하지 않을 줄 아는, 아니 오히려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할 줄 아는 시의 무사 한 명과 만난다. 그 시인은 한 번의 휘두름을 위해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검을 고요하게 가는 사람이다. 예리한 시선으로 시적 인식의 부지런한 담금질을 통해 그가 걷고 있는/걷게 될 시의 길을, 그 새로운 서정의 길을 오래 지켜봐야 하리라. 그가 마침내 무엇과 끝까지 가는지를.

너는 어느 강가로 갔나
빈 집에서
내가 나를 기다리네
「자화상」 부분.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배롱나무 13
청자상감매죽유문장진주명매병의 목독(木牘) 14
빨래가 마르는 시간 16
코스모스 18
마포종점 20
막차 22
벽에 박힌 못이 흘러내렸다 23
몇 번은 더 이사를 해야겠지 25
착차스 27
보는 것 모두 꽃 아닌 것이 없으며 29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네
12월의 화살나무 30
파온(婆?) 31
검(劍)이 빠르면 피가 솟구칠 때 33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제2부
별미 37
평화박물관 38
기세리 밤벚꽃 40
구름대장경 41
메시지 43
늪에 스미다 45
피아노 독주회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46
우기(雨期) 48
사랑한다는 말 50
소 51
언제라도(島) 53
안개 54
늑대, 아랑 55
자두 56
황룡사지 58

제3부
지붕을 잃어버리다 61
자기만의 방 63
나의 할머니 64
갱빈에는 돌도만코 ―손님 67
갱빈에는 돌도만코 ―동생 인수에게 69
몌별(袂別) 71
하도(河道) 땅에 가다 73
자화상 75
오래된 냉장고 76
와인터널 78
등 푸른 물고기 79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속편 81
쓰나미 부부 83

제4부
부레옥잠화적멸기 87
해운대 에레지 88
울음 90
투야의 결혼 92
집 94
냄새 97
떨어지지 않는 눈 99
겨울시내버스 100
술병 102
비매(秘梅) 103
석양 104
모과 105
나는 사교적인가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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