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로 기억한다. 밤새워 우리나라 고전 전집을 읽다가 김삿갓(김병연)이란 분의 삶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제 발등을 제가 찍는 시인이 되겠다는 황당한 결심을 하게 되어 평생 ‘시인’이란 두 글자에 빚진 듯이 살다 이제 책 한 권을 낸다고 무슨 시인이라 할 수 있겠냐만 오늘까지 천이백여 편의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것은 머리로는 쓰려 하지 않았다는 거다.

책으로 엮은 대부분의 글은 젊은 시절보다 40 후반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로까지 내몰렸던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스스로 깨어있고자 여유를 잃지 않으려 나에게 쓴 글들이다.

그동안 능력 없고 철들기를 거부하는 나를 그래도 믿으며 묵묵히 배려하며 따라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춘기에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도 바르게 자라준 큰아들에게도 고맙다 전하며 마지막 부록은 작은아들이 군에 있는 동안 인터넷을 통하여 보낸 글을 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