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들의 이야기, 젊은 뱃사람과 매춘부의 굴곡진 사랑
인천 선적의 명성호를 타는 은태는 홍등가에 드나들다 수미를 만나 장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출어할 때마다 돈벌이를 못하게 되자 수미를 데리고 탈출하여 고향에 간다. 어머니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머니는 진작 다른 곳으로 떠난 뒤여서 성남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촌형한테 빌붙는다.
달방을 얻어 수미와 동거에 들어가지만 곧 돈이 떨어져 다시 중선배를 탄다. 한 달쯤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수미가 어떤 청년들에게 잡혀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를 태우다 지친 그는 맨 처음 배를 탔던 여수로 가서 주낙배에 승선한다. 2년쯤 지나자 그는 망망한 바다가 보고 싶고 또 명성호 선원들이 보고 싶어 인천으로 간다.
그는 과거에 같은 배를 탔던 친구로부터 수미가 흑산도 술집에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란다.
젊은 뱃사람과 매춘부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흐름이지만, 뱃사람들의 생활상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장면들도 실제를 보는 듯하다.
한국에는 난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뱃사람들이 주요 인물인 소설은 드문 편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배를 탔던 작가 박운익은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되살려 문장에 담았다. 생동감있는 묘사를 위해 뱃사람들이 쓰는 말을 순화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는 색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