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그 전 시대의 발전을 발판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발전하여 왔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발전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다. 그러한 발전은 한두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 그리고 어떤 때에는 피 흘림을 통해 가능하였다.
--- 황상익(옮긴이)
선사 시대에서 현대까지 그 긴 시간 동안 거듭해 온 의학의 발전은 결코 한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 현대 의학의 시각에서 보면, 주술과 마술에 의존했던 선사 시대의 의술은 의술로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 유명한 고대의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 의학도 지금 보면 틀린 점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술과 의학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현대 의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길고 긴 의학의 역사를 각 시대별로 3장에 나누어 다룬다.
먼저 선사 시대 수렵?채집인들의 일상적인 질병과 치료 과정을 따라가 본다. 선사 시대의 생활 방식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아메리카 인디안의 사회 속으로 들어가, 주술과 민간 치료법을 사용하는 주술사의 치료 행위들을 실제로 지켜보며 선사 시대에 행해진 의술 행위에 대해 추정해 본다. 또한 오늘날 발굴되는 옛 사람들의 두개골에서 그 시대에 겪었던 질병에 관한 정보를 얻고 당시의 의술 행위를 추정해 보는 과정도 흥미롭다.
사후 세계를 믿어 영원히 썩지 않는 미라를 만들어 낸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들만의 독보적 문자 유산인 파피루스를 통해 다양한 의학적 기록을 전해 주고 있다. 인간의 질병과 몸에 대해 가졌던 믿음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약초의 치료 효과 등 다양하고 풍부한 의술 이야기가 소개된다. (1장 ‘선사 시대와 고대 이집트의 의술’)
서양의학의 핵심적 기반이 되는 두 의사,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업적을 중심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의학을 살펴본다. 인간의 몸은 네 가지 액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체액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는 ‘4체액설’을 주장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이론에 기반해 활발한 의술 활동을 벌이며 60권이나 되는 의학책을 쓴 ‘의사의 황제’ 갈레노스는 천년이 넘게 서양 의학의 중심을 이루게 된다.
한편 신들의 나라 그리스에서 의술과 치료를 담당하는 아스클레피오스 신이 사람들을 치료하는 장면이 마치 신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신비롭게 재현된다. 로마는 상하수도 시설과 공중목욕탕 건설 등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공중 보건에 힘썼으며, 이는 곧 국민 전체의 건강과 건강한 군대로 이어졌고,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하는 기반이 되었다.(2장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의학’)
민족의 대이동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이룩한 문명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하게 된 중세 시대에 가장 널리 쓰인 치료제는 ‘약초’였다. 예로부터 이어져 오던 약초 처방법은 중세 들어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활용되었다. 사람에게 병을 주는 것도 낫게 하는 것도 모두 하느님이라고 믿었던 종교 중심의 시대에 수도원은 막강한 부를 챙기게 되고, 그 부를 기반으로 유럽 최초의 의과대학인 이탈리아의 살레르노를 비롯한 대학들이 생겨나 체계적인 의학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가공할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어 유럽 인구의 40%나 되는 목숨을 앗아간 자리에서 의학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신 중심의 의학 사상으로 천년 동안이나 지속되던 갈레노스 의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들을 하기 시작하였고, 또한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죽은 신체의 해부가 대학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등 합리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3장 ‘중세 시대의 의학’)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의학 용어는 가급적 쉽게 풀어 쓰려 했지만 좀더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뒤에 따로 풀이를 달았다. 각 시대별 의학의 주요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연표로 정리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