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법원장,
헌법의 수호자 김병로
가인 김병로는 새롭게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 독립과 권위를 수립하는 데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어떠한 외부 세력과 정권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헌법 파괴에 맞서 의연하고 당당한 기개를 보였다. 또한 양심과 정의에 따른 법관의 자세를 강조하고 공직자로서 법관윤리의 정립과 실천을 주장하여 청렴강직하고 지공무사한 법관상을 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몸소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4·19혁명과 5·16쿠데타의 격변기 와중에는 독재 및 군정의 종식, 문민정권의 수립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오늘날 김병로가 ‘헌법 수호자’, ‘법조성인’으로 현창되고 평가받고 있음은, 현재 대법원 에 있는 그의 흉상이 웅변한다.
그러나 김병로가 해방 후 이룬 업적과 평가는 근본적으로 일제강점기의 활동과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그는 법학교수로서 경성전수학교·보성전문학교 등에서 다년간 강의했다. 잠시 조선총독부 판사로 나가 재판실무 경험을 하고 약 1년 만에 사직했다. 이후 김병로는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무료변론하며 식민지 법정에서 ‘독립’을 설파했다. 민족과 민중이 살 길이 오직 ‘독립’에 달려 있다고 인식하는 좌우의 모든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 하며 항일변론에 분투했다. 법정투쟁으로 맺은 인간적 신뢰는 동지애로 진화하여 김병로를 사회운동·민족운동의 지도자 반열로 끌어올렸다.
일제 말기에는 노골화한 친일 요구에 낙향과 은둔으로 맞서며 최후 까지 변절하지 않고 지조를 지켰다. 이러한 항일변호사와 민족지도자로서의 역할과 경험이 해방 전부터 모든 면에서 최고의 법조인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던 것이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되도록 쉽게 김병로의 생애와 활동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항일변호사로서 김병로의 전후 삶에 초점을 두었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항일변호사들의 존재와 그 선봉에 섰던 김병로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