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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앞에서

성벽 앞에서 -소설가 G의 하루

  • 정태언
  • |
  • 강출판사
  • |
  • 2019-01-07 출간
  • |
  • 332페이지
  • |
  • 135 X 200 mm
  • |
  • ISBN 97889821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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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정태언의 두번째 소설집. 200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두꺼비는 달빛 속으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태언은 소설집 『무엇을 할 것인가』(2013년)를 펴냈으며, 2012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고, 2014년 해외 레지던스 작가로 사할린에 체류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무명의 소설가 G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련의 연작을 통해 문학과 현실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펼쳐 보인다. 소설가 G는 중심과 주류에서 비껴나 세계와 불화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구보를 연상시키는 한편 환상 없는 궁핍한 작가적 실존을 통해 문학의 존립 근거를 묻는다는 점에서 좀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새로운 구보의 유형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성벽 앞에서」는 ‘소설가 G의 하루’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구보형 소설의 전형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서술 시간을 하루에 한정하고, 서울을 별다른 목적 없이 배회하는 소설가 인물을 내세워, 그 주체의 눈에 비친 대상과 시대에 대한 고현학(考現學)적 탐사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들이 그러하다. 스스로 ‘탁발’을 나왔다 자임하면서, 숭례문 부근을 어슬렁거리다 은행 지점장으로 있는 동창을 만나 대출을 알아보고, 다시 숭례문 부근을 어슬렁거리다 출판사 팀장을 만나 첫 창작집 출간을 거절당하고, 다시 숭례문에 돌아와 어슬렁거리다 ‘탁발’을 마치고 글을 쓰기 위한 ‘자리’로 돌아가는 게 이 소설에서 G가 보여주는 동선의 전부다.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노동자라는 측면에서 소설가의 정체성을 사유했던 시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실체도 소용도 없는 아우라와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로 슬그머니 심화되어 있음을 「성벽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용과 부채를 통한 금권의 통치술은 누구에게나 손을 뻗치고 있거니와 ‘생활’의 측면에서 소설가는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과 함께 세계의 언저리로 밀려나 있는 방외인적 존재이다.

「원숭이의 간」에서는 금전적인 문제에 숨은 턱 막히고 마감이 임박한 원고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데다 간까지 망가져버린 G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G를 둘러싸고 있는 색채는 대체로 우울하고, 무력하고, 자기비하적이다. 허나 당연하게도, 그게 전부일 리는 없다. G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생활과 시시각각 목을 죄어오는 금전 문제들 속에서도 시종일관 관찰한 것들, 떠오른 상념들을 충실히 따라가며 그것을 글로 옮길 궁리에 젖어 있다. 「성벽 앞에서」는 ‘강력한 힘’이 담긴 영화와 소설에 대한 기억·아기장수 설화·숭례문 천장의 용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그들의 생생한 이미지를 글로 옮기기를 소망하며, 「원숭이의 간」에서는 원숭이와 관련된 고사(故事)들과 현재의 체험 그리고 아버지와의 과거들이 작중 G의 소설 ‘훈장’으로 화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전자에서 G가 나선 탁발은 경제적인 것인 동시에 글쓰기를 위한 것이며, 후자에서 G가 간을 내어놓고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것은 생활은 물론 글쓰기에도 걸쳐 있는 셈이다.

「집합주유소」에서 G는 어느 날 우연히 「해 뜰 날」이라는 노래와 ‘집합’, ‘아이큐84’라는 말들의 자장(磁場)에 사로잡히고 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설핏 의미 없는 연상 작용으로 치부하고 깊게 생각지 않은 채 잊어버리겠지만, G는 암호를 풀어내듯 끝끝내 그것들의 관계를 곱씹어 한 장의 그물에 함께 올리려 애쓴다. 결국 우연한 것처럼 G의 머릿속을 점령한 ‘해 뜰 날’과 ‘집합’ 그리고 ‘아이큐84’라는 말들은 G의 콤플렉스들과 은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세 말 사이에 감춰져 있던 미스터리 자체가 아니라, 서로 무관해 보이는 파편들 사이에서 희미한 별자리를 발견하는 인식, 그리고 신기루처럼 곧 사라져버릴 그것을 끝끝내 글로 옮겨 기록하는 의식이다.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집합주유소’라는 지명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자동화된 일상적 인식에 균열을 일으키고, 텍스트를 정해진 풀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질문’ 자체를 가능케 하는 능력. 그러니까, G가 다수 또는 주류와는 다른 지형에 서서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고 기록한다는 것, 그게 초점이다.

2017년 봄의 ‘촛불혁명’을 상기시키는 소설 「비원 가는 길」에서 G는 이러한 시국에 대해서도 모종의 불화 감정을 느끼는 한편, 갓난아기 ‘마리’의 ‘귀중한’ 하루와 이제하의 단편소설 「비원」 속 동운의 최후의 하루, 그리고 고작 글감 좀 건지겠다고 ‘마리’의 비(碑)를 찾고 원서동 옛집까지 몰래 갔다가 망신을 당한 자신의 ‘하찮은’ 하루를 견주면서 G는 저 자신과도 불화한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함·무능함·부족함·하찮음에 대해 말하지만 소설(小說)이란 완전무결한 위인들이 아닌 작은(小) 자들에 대한 이야기(說)인바, 그의 하찮은 하루 역시 우리에게 소중한 사유를 제공한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자기 자신조차 섣부르게 믿어버리는 대신 의심하고 반성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그는 옛 소설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타인들보다 뛰어난 ‘지식인’으로서가 아니라, 더욱 부족한 채로 변두리에 선 채로 답을 베풀기보다는 계속해서 ‘함께’ 질문하는 존재이다. 그의 글쓰기는 자신의 혼란과 자괴와 질문이 우리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그와 우리 사이를 매개해준다. 우리는 세계와의 불화 속에 어리둥절한 채 방황하는 G의 의식과 함께하면서, 우리 자신과 세계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채로 놓여 있던 자동화된 구조를 어렴풋이 감지한다.

「구보전(仇甫傳)」은 유일하게 G가 아닌 ‘구보’의 이름을 내건 동시에, 홀로 조선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조선의 구보 역시 전반적인 상황들은 G의 그것과 닮아 있다. 유학(儒學)하는 ‘선비’이고, 당대의 큰 흐름이 그러했듯 ‘과거(科擧)’에 매달렸으나 역시 급제하지 못한데다, “성현의 글귀라고 칭송되는 글들만 그대로 답습하라 강요하는” 시류로부터 빠져나와버린 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편승하는 대신 그가 매혹된 것은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이며 특히 ‘아기장수’ 설화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하는 과제이다. 그러니까, 그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금서가 된 『서유기』와 같은 잡문으로 그러한 과제를 달성하고자 한다.

정태언의 소설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 말한다. 부정확함, 비껴남, 엇나감, 미약함, 하찮음, 불완전함의 양식(樣式). 이것은 불필요하거나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단지 실패를 경유해서밖에는 말해지지 않는 어떤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해외 레지던스 작가로 사할린에 체류할 때의 경험을 담은 중편 「이름들」에서 G는 자신과 고려인들 사이에 놓여 있는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둘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을 인정한다. 그는 사할린에 머물며 이런저런 행사에 끌려다니는 내내 손쉽게 민족적 동질성에 의거하여 고려인들과 동포애에 젖어드는 대신 지적·감정적인 거리감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킨다. 러시아식 이름에 대한 불편, 욕설과 맞닿는 연상들, ‘박’의 소설에 대한 솔직한 논평들, 사할린 교포들의 비슷비슷한 사연에 대한 지겨움 같은 것들. 온갖 불순한 것들을 G는 자신의 소설 속에 여과 없이 섞어 넣는다. 

그렇게 먼 것을 가깝다고 말하거나 부족한 것을 족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 불순물과 몰이해의 어둠을 억지로 걷어내지 않는 것. 그것이 G의 소설관이자 인생관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는 자기 시대의 소설과 삶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태언의 소설들은 그렇게 세상의 온갖 어둠과 더러움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갖은 ‘작음’을 끌어안은 채로, 우리 곁에서 서성이고 있다. 소설가의 초상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작품 해설’에서) 

목차

성벽 앞에서—소설가 G의 하루 

원숭이의 간 

이름들 

집합주유소 

비원 가는 길 

구보전(仇甫傳) 

 

작품 해설  소설가의 초상  김녕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소개

정태언

 

서울 출생. 한국외대 노어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모스크바국립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두꺼비는 달빛 속으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고, 2014년 해외 레지던스 작가로 사할린에 체류했다. 소설집 『무엇을 할 것인가』, 5인 중편 소설집 『선택』, 8인 테마 소설집 『1995』, 견산 이호철 선생 추모 14인 소설집 『큰 산 너머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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