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시인의 시집 『목포역 블루스』가 시작시인선 0280번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문학의식』을 통해 등단한 뒤 2015년 첫 시집 『가족사진』 출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여러 층위의 시적 자의식이 한데 어우러진 결절점結節點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삶의 고단함과 덧없음, 가족과 가정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자신의 실존적 정체성을 부여했던 남도에 대한 사랑,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시혼의 출렁임 등이 집약되고 녹아들어 하나의 빛으로 수렴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번 시집의 백미白眉는 단연코 언어의 심층에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내부적 힘의 상호작용에 의한 긴장감과 그것들이 뒤섞여 새로운 존재로 탄생하는 지점에 있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하여 “김경애의 시는 혼의 호르몬들이 새기고 풍기는 여러 무늬와 강렬한 냄새를 갖고 있다. 시인의 원체험과 관련된 혼은 개방과 광활, 광명의 의미를 지닌 해안가의 풍경에서 촉발된 것이다. 남도의 해안성은 시인의 원초적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공간으로서 ‘장소혼’의 의미를 가진다. 그녀 시의 중심을 이루는 일상적 삶의 무의미와 사랑의 상실은 이 장소가 갖는 의미의 상실로 인한 것인데, 시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정한 삶, 진정한 실존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고뇌한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춤과 시로써 실존적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는데, 가령 춤은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치고자 하는 혼의 형식이자 발산이고 시는 이를 정신적으로 극복하고 도달하는 일이 된다.
이번 시집이 갖는 또 다른 미덕은 목포나 순천만, 화포 등 지역성에 대한 시인의 예민한 의식과 원초적 상상력에 있다. 시인에게 있어 남도 풍경은 시적 배경의 의미를 넘어 자신의 실존적 정체성이 부여된 공간으로 나타난다. 표4를 쓴 배한봉 시인의 말을 빌면 “김경애의 시에는 상상의 풍경과 삶의 풍경이 겹쳐지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읽는 내내 흥미가 진진”한데, 이는 남도의 지역성이 강력한 문학적 자양인 동시에 문학적 의미로 부풀어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경애의 시를 읽으면서, 이 시의 표제작인 「목포역 블루스」의 화자처럼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이자 형벌인가”를 깨닫고 “비 맞는 비파나무처럼 늦은 시각까지” 인생의 대합실에 서서 떨고 있는 영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