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젠가 유년시절 내 고향 여수에선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부산으로 향하는 뱃고동 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 시계와 라디오는 없었고 집집이 달린 스피커에서 들려주는 새마을 운동 노래와 마을 행사 소식 외엔 정보를 얻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슬픈 현실이면서도 가슴 따숩던 시대였다고 생각된다. 나는 바다와 함께 뛰어놀았고 바다와 함께 성장했지만 바다를 모르고 섬을 모르는 낯선 먼 이국의 한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내 진정한 삶의 주변을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라도 내 고향 주변 섬 속의 바다 혹은 바닷속의 섬에 대하여 생각을 모아 섬들의 모습과 내면을 세상으로 끄집어내어 섬과 고향을 통한 삶의 원천 그리고 삶의 모습, 재생의 힘을 주고자 요즘 나는 고향 섬에 깊숙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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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립 - 개인전 및 초대전 44회, 아트페어 40회, 단체전 300여 회 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