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 시인의 첫 시집 『적도의 노래』가 천년의시 009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8년 격월간 『서정문학』에서 수필로, 2012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한 후 산문집 『추억으로의 여행』, 수필집 『적도에서의 산책』 등을 펴내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서미숙 시인의 첫 시집은 이주민으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반영된 시편들이 주를 이룬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시인은 적도의 땅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를 ‘야자수’ ‘깜보자’와 같은 자연물에 투영하여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가령 시에서 야자수의 크기는 고독의 크기와 비례하고 깜보자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은 그리움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적도의 노래’는 ‘경계인’으로서 갖는 고국에 대한 향수鄕愁인 동시에 적도 일대에 걸쳐있는 인도네시아와 현지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서미숙의 시에는 고국을 떠나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면서 체감한 경계인의 심정을 표현한 시들이 상당수다. 아마 이 시집에서 가장 빈번한 어휘 두 개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리움과 외로움일 것이다. 그리움과 외로움을 사물이나 사건으로 객관화하거나 감각화하여 보여 주는 것이 흔한 시의 수법인데 , 시인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물이나 표현으로 객관화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절박함 때문일” 거라고 평했다.
표4를 쓴 유안진 시인은 “갈망과 열정으로 매달려 온 시인의 글쓰기는 시인 자신의 몸부림이어서, 쏟아지는 폭우와 한 오리 바람도 우체부였으니, 두 나라에 사는 한 몸, 한 몸에 살고 있는 두 문화의 화합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어, 이 시집이 태어나고야 말았을” 거라며 시적 구조와 기교에 억지가 없어 친근하고 쉽게 공감이 된다고 평했다.
『적도의 노래』는 적도의 나라인 인도네시아를 시적 배경으로 삼고 있고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현지인에 대한 애착 등이 시적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우리는 경계인으로서 갖는 시인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국경을 허물어뜨리고 인류 보편적 사랑으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