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희 시인의 첫 시집 『풀밭의 철학』이 천년의시 0089번으로 출간되었다. 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첫 시집은 결핍으로부터 생겨난 상흔의 기록이자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와 생존법을 서정적 문체로 유려하게 풀어낸 한 권의 일기장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문종필 문학평론가가 “최동희 시인의 첫 시집은 ‘부끄러움’ 속에서 탄생했으며, 부끄러움을 밀고 나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우리’를 극복하게 만든다”라고 말한 것처럼, 최동희의 시는 기본적으로 자기 성찰에서 출발한다. 시집을 관통하는 부끄러움의 정서는 자기 성찰에서 파생된 결과이다. 이 부끄러움의 정서는 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가령 대상과의 거리 조절에 관여하기도 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언어를 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화자의 길을 밝혀 주기도 한다. 해설에 따르면 이는 “‘벽’을 허물고, ‘경계’를 지우고, ‘편견’을 무력화”시키는 주된 정서이다.
표4를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하여 “최동희의 첫 시집에는, 오랜 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말과 생각들이 비로소 형식을 입고 나온 듯한, 시인 자신의 고백과 다짐과 치유의 과정이 깊이 녹아있다”고 평했다. 이처럼 최동희 시인의 첫 시집은 은밀한 내적 고백이자 생활에 밀착하여 끌어올린 언어의 물줄기이다. 우리는 시인이 끌어올린 투명한 언어 앞에서 맨얼굴로 부끄러움과 조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