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문명 요람인 고대 근동 지역에서는 문자 사용과 문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신석기 시대부터 이미 여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여럿 발견되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종교가 조직화되어 가면서 고대 근동의 중앙 신전 제의는 신상 중심의 체계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신상을 제작한 후에 신상의 입을 여는 의식을 통해 신상이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고, 사제들은 매일 신상에게 옷을 입히고, 음식을 바치는 의식을 거행해야 했다.
이렇게 고대 근동 세계 종교의 중심은 신의 형상이었지만, 그에 반해 고대 이스라엘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상에 대하여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야훼 신앙과 신상이 양립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고고학 유물이 발견되면서 기존의 이스라엘 반형상주의에 대한 이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신상을 기피하는 전통이 이스라엘 자생의 것이 아니며, 나아가 초기 이스라엘 종교가 신상을 용인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야훼주의자의 엘리트 종교가 아닌, 고대 이스라엘 사회 민간 종교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 줄 증거로 도상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국제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텍스트 중심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학계에서는 아직 도상 자료를 제대로 다룬 연구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필자의 도상학 연구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2006년 가을 학기에 미국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Picturing God: Images of the Divine in Ancient Israel”이라는 제목으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했고, 이 과목이 우수 과목으로 선정되어 필자는 Stulman Prize Teaching Fellowship을 수상했다. 당시 필자가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일부 개정하고 발전시킨 것이 본서의 모체가 되었다.
필자는 본서에서 고대 이스라엘과 주변 세계에 나타나는 신들의 형상을 고고학 및 도상학 자료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본서는 총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이스라엘 종교 연구의 주요 주제를 도상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