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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망울 편지

눈망울 편지

  • 주한태
  • |
  • 문예바다
  • |
  • 2018-11-20 출간
  • |
  • 340페이지
  • |
  • 129 X 208 X 11 mm /200g
  • |
  • ISBN 979116115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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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주한태의 시는 허허롭다. 빈 곳으로부터 따뜻한 서정이 부드럽게 감겨온다. 너른 시세계에 한 포기 여백이 깊다. 여백이란 공백과는 다른 말이다. 없어야 할 곳에 없고, 있어야 할 데 있는 "기쁨의 자리"다. 시인이 시세계에 여백을 조성하려면 응축의 감각이 발현되어야 한다. 응축은 비약이 아닌 함축의 전 단계로서, 시의 이미지와 정서를 축조하는 기초적 방법론이다. 함축은 응축에 시심을 새긴 것이다. 함축이 없는 시는 장광설에 지나지 않는다. 주한태의 신작 《눈망울 편지》가 바로 그 함축의 힘을 담은 시편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 함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 풍진 세월, 이 모진 세상"이다. 시인은 이를 바람 타고 건너간다. 건너갈 길이 없음에 절망치 않고 바람 따라 허공에 노를 저으며 유영한다. 현실에 기초한 의식이 시적 의지를 자아내니, 허공을 떠돈다고 공상의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또 결코 아니다. 길을 찾되 지상의 한계에 매몰되지 않고 한 차원 건너 미적 기쁨의 경지로 날아가는 자유로운 시심이 바로 주한태에게 있다. 오직 사물의 진상을 촘촘한 시어의 그물망으로 포착해, 자신의 서정적 감각을 예리하게 드러내보이는 그 여린 눈망울이 그에게 있다. 그래서 그 눈망울에 고인 편지글은 사랑하는 타자에게로, 다시 나의 상처받은 자아에게로 보내지는 눈물이다. 눈물 없이 쓰인 편지가 없듯, 바람 헤치고 나가지 않은 세월이 없는 게 인생이다. 눈망울에 가득 담긴 이슬은 형극의 지난날을 극복하기 위해 쓰고 또 지운 생의 편지들이다. 세월은 아가리를 벌리고 서서 떨어지는 희망들을 집어삼킨다. 독소의 샘이 바람 한 줄기 맞고 뇌사의 기운을 뿜어댄다. 시인이 그 길에 머물 때 사방은 저절로 교화될 듯 하나, 그도 신이 어지럽게 만든 하나의 피조물일진대 어찌 백팔번뇌를 대오각성하지 않고 천하 만상을 바르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시인은 자기 반성적 존재다. 대상의 본질과 서정의 핵심을 파고들어가는 관찰력은 다시 자기 자신의 면면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잘 알고, 본인의 추억부터 초연히 살피는 것이 바로 올바른 시인의 자세다. 주한태가 기억하는 자아의 굴곡진 세계의 주인공은 바로 바람이다.

계림에서 부는 바람
출근길 양 볼에 세차게 때려
머리카락 꼿꼿이 세우더니
나이 한 살 더 먹게 하고
월성에서 부는 바람
잔디밭 곳곳에 세차게 때려
잎을 죽여 노랗게 만들더니
새싹 피우라고 말해주고
황성에서 부는 바람
애기청소 흐르는 강물 세차게 때려
겨우내 삼천(三川) 꽁꽁 묶어두더니
천 년 나이 한 살 더 먹이는구나
- <풍(風)> 全文

계림, 월성, 황성의 바람은 살생의 질풍노도가 아니다. 자아를 깨우는 득도의 죽비소리다. 그래서 천년 세월의 나이를 한 살 더 먹임으로써 이 세상 어른됨의 막중함을 알고, 게으른 잎을 죽여 새싹이 나도록 청춘에 희망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바람이란 자기 자신을 일신시켜주는 사랑의 매와도 같다. 그 바람은 스스로 맞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야생과 자연의 바람은 그곳에 가서 오래 머무는 이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두문불출하고 폐쇄적 사상에 갇힌 이가 어찌 성찰과 인고의 바람을 맞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바람을 느끼는 시인은 세계 응시를 긍정적으로 시도하는 열린 사람이다. 닫힌 마음의 사람은 사랑도, 이별도, 흐느낌도, 오늘 저무는 생의 괴로움도 알지 못하는 인형이다. 주한태는 인형의 세계에서 바람의 지평으로 나왔다. 채찍질하듯 날카로운 바람을 이기고 먼 빛의 당신을 찾아 한 조각 순수의 편지를 부친다. 대상은 알 수 없다. 길 가던 장삼이사가 봐도 될지 모른다. 생의 비의를 담은, 글 아닌 글의 조각들이기에 이해하기 힘들고 괴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놓지 않은 희망은 바람을 타고 연옥으로, 사바세계로 흘러 우주를 정화시킨다. 살아남을 길 요원한, 이전투구의 권력투쟁을 초월한, 이승의 진정한 자아 찾기. 시인의 편지가 눈물바다라면 사랑의 샘은 자성의 마중물로 차오른다. 기쁨은 바람에 흘러 눈물 속에 어리는 시간이다.

마음은
넓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얕게 들여다 보이기도 하고
깊어 보이지 않기도 한다
아름답게 보이며 살기도
항상 감추며 살기도 한다
좋은 것은 보이려고 법석대고
나쁜 것 감추려고 법석대고
머리는 동그랗고 작지만
공간은 무한히 넓기도 한 것을
생각도 담고, 사랑도 담아두고
꿈도 만드는 장터이다
여백은 사랑을 지키고
우정을 만들기도 하며
삶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하이얀 초가집이다
- <여백> 全文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다. 간극을 넓히자는 게 아니라 간격을 유지해 적당한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적절한 간격의 바탕 위에서 여백은 조성된다. 비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깊은 채움의 믿음. 사랑도 우정도 마찬가지다. 가까워지기 쉽다는 것은 언제라도 멀어지기 쉽다는 말이다. 순간의 정욕과 맹목으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는 쉽게 식을 수 있다는 불행을 내포한다. 마음이 금세 맞을 만큼 친해진 벗이라면 갈등과 언쟁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게 사람 관계의 이치다. 격의 없이 가깝다는 것은, 서로가 지킬 것은 지키면서 흉금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다는 진정한 관계라는 것이다. 간격과 여백이 전제되지 않는 관계는 쉽게 동강 난다. 여기서 다시 바람은 마음의 필요충분요건으로 등장한다. 바람 맞지 않은 마음은 항상 고독하고 무의식적 욕망에 가득 타올라 번민의 냉기에 젖어 있다. 바람을 견디지 못한 여백은 상상계의 어리숙함처럼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여백이 제 빛을 찾고 사랑의 기쁨이 서정의 절조와 맞닿으려면 무엇보다 질곡의 세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견뎌내야 한다. "하이얀 초가집"이 가난과 피폐함의 산실이 아닌 추억과 편안함, 아늑함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생의 여백도 단단해져야 한다. 무의식의 굴레에서 자립하여 보신과 욕망의 경계를 초월하고, 돌개바람을 가로지르며 생의 모멸을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그 여백의 걸음은 설령 느릴지라도 아름답고, 슬플지라도 삿되지 않다. 시인이 보는 세상은 바로 그렇게 여백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소통을 빙자한 간섭의 사회, 투명성 구축을 빌미로 한 새로운 빅브라더의 통제사회, 푸코의 판옵티콘 감시감옥을 스스로 구현하려는 현대사회의 군중들, SNS에 자기 정보를 팔아 신상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경계도 없이 서로의 일확천금식 행복감과 어리석음을 훔쳐보는 관음증과 노출증 그리고 허언증의 일상 세계. 모든 것은 여백으로 돌아가야 한다. 때로는 멀리서 보는 것이, 멀게 보는 것보다 중요하다. 한 걸음 뒤로 가서, 한 발치 떨어져서 인생을, 사랑을, 미래를 지켜보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꿈도 그렇다. 여백이 없는 꿈은 집착이자 아집이다. 고착된 꿈은 앞뒤 없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혼자라서 여백은 아름답고, 시인은 외로워서 귀하다.

쏘옥 보조개 낀 볼이랑
초롱초롱 미소 띤 눈망울
나의 가슴은 전율로 조여 든다
사-알짝 눈망울 편지 보낸다
혼비백산 빨리어 들어간다
심장은 그칠 수 없이 뛰고
목이 메이고 숨이 멎는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짓으로 종이에 쓴 글
망울망울 애정으로 남기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사랑
눈망울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눈동자는 까맣게 웃고
망울망울 윤기를 더하며
눈망울에 잠기어 들어가고
헤어날 줄 모른다
내 사랑 감금이 되고 만다
언제 풀려날지 알 수가 없다
열쇠는 동경이가 물고 가고
기약할 수 없는 종신형에 처한다
- <눈망울 편지> 全文

사랑의 진심도 여백에서 비롯된다. 그대 사랑을 알기 전까지 빈 마음이었듯, 편지지는 처음 여백으로 펜촉을 기다린다. 여백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어루만진다. 거친 욕망과 타오르는 정념이 빠른 호흡으로 감금의 글귀를 휘갈길 때, 여백은 초연한 미소로 인간세의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을 지그시 바라본다. 조용한 죽음을 기다리는 여백이라면 애초에 현시되지도 않았을 터, 시인은 그 작고 어린 여백의 떨림과 미의 울림을 발견하는 존재다. 여백은 생동한다. 미가 그렇다. 아름다움이란 요란스러운 자기 자랑이 아니다. 여백처럼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활기를 잃은 주검은 아니요, 불한당 같고 뻑적지근한 음흉의 살기도 아니외다. 때론 아픔을 치유하고, 때론 고독을 견뎌내고, 또 때론 사랑을 탄생시키는 그 순수한 기쁨. 그걸 아는 시인이 진정한 미학자요, 가치 있는 예술가로다. 부치지 못한 편지는 누구에게나 지천으로 가득하지만, 눈망울에 담은 당신의 편지는 이 마음 한 편을 아리게 하는 바람꽃이다. 숱한 바람을 건너온 당신의 편지가 여기 시가 되어 있다. 술잔에 담긴, 넋을 태운 바람의 검불이 편지 위로 떨어진다. 편지가 주저앉는 자리에 사랑의 여백이 꽃핀다. 알 길 없는 또 다른 사랑이 당신을 유혹한다. 그대는 바람 따라 떠가는 이름 모를 계절인가, 병처럼 앓던 꽃잎인가, 속절 없는 고해성사의 여백인가. 아무도 당신 간 자리를 모른다. 그래서 삶은 신기하고 시는 경건하다. 시가 있는 자리에 다시 당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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