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역사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원시시대에는 위험을 피하고 식량이나 사냥감을 찾기 위한 노력에 정보가 필요하였고, 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활동에 있어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정보는 그 자체가 어떤 목적을 갖는 활동이나 지식은 아니다. 정보는 그 시대가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때로는 전쟁 수행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경제발전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평화를 구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만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따라 결과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국가는 안정되고 발전하였으며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퇴하였다.
정보는 비밀활동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정부의 다른 공개적 활동이 갖지 못하는 경쟁력과 장점이 있다. 비밀 정보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개인이나 국가를 불문하고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숨겨져 있는 것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위험한 행동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적대적 행위를 하려고 하면서 사전에 이것을 공개하고 선전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명한 이치이다.
비밀활동이라는 정보의 특성은 경쟁력의 원천이고 장점인 동시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여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민주주의 제도가 성숙하게 되면 정보의 비밀영역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정보의 비밀성을 부인하고 축소하게 되면 정보의 장점인 효율성과 경쟁력도 동시에 약화되게 된다. 즉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공동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도구로서의 날카로운 기능이 무디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에 있어서 정보의 비밀성과 공개성은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보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문제이다.
미국의 정보역사를 살펴보면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에서 정보를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참전하게 된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정보의 진가를 알게 되었고, 냉전기를 통해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비밀활동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의회를 통하여 각종 민주적 통제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은 정보와 관련된 인력과 예산을 삭감하는 등 정보력을 약화시키는 시기도 있었으나, 9.11 사건을 계기로 정보체계를 재정비하고 재건하였다. 국가정보장(DNI)을 신설하여 미국의 정보공동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비밀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의회에 의한 통제를 강화하고 효율화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해방 이후 가난한 국가를 벗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산업국가로 성장하고 선진국 진입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정보는 우리나라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에 있어 그만큼 효율적으로 활용된 것이다. 다만 정보의 비밀성으로 인하여 스스로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고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공적이 묻혀져 있을 뿐이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정보의 비밀활동으로 인한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수차에 걸쳐 진행되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보의 비밀성에 대한 통제는 제도적 측면을 고찰하는 것 이외에 정보가 추구해야 할 목표, 국가적 정보역량 수준, 정보조직의 문화, 정부의 정책결정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것과의 상관관계에서 통제 시스템을 정비하여야 한다. 특히 정보의 역량과 공개성의 상호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정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을 조율하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