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 시인 등단 50주년 기념집”
서정춘 시인이 1968년 시 '잠자리 날다'로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5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은 과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고도로 절제된 형식으로 구축하여 높은 문단적 평가를 받아왔다
이 책은 후배시인인 하종오와 조기조가 서정춘 시인에 대해 쓴 시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그 시들을 모아 등단 50주년에 맞추어 발간하는 기념집이다. 정작 서정춘 시인은 이런 작업을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엮은이들의 거듭된 권유 끝에 펴내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엮은이 두 명 모두 서정춘과는 전혀 다른 리얼리즘 시인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가 품은 다양성은 이 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1부 ‘이야기 시.서정춘’에 실린 43편의 시를 쓴 시인들의 면면을 봐도 그러하다. 1988년 박정만 시인이 쓴 시부터 최근에 씌어진 시까지 일별해 보면, 다양한 문학적 경향을 가진 시인들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연령대도 각양각색이다(1935년생 이상범 시인부터 1976년생 장이지 시인까지).
제2부 ‘시 이야기.서정춘’에는 서정춘 시인의 시에 단상을 붙인 글들을 모았다. 이 단상들은 시에 대한 짧은 비평이지만 시인의 인간적 모습도 엿볼 수 있는 글들이다. 이에 덧붙여 시인에 대한 본격비평이라 할 수 있는 평론목록을 수록, 시인 서정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의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
제3부 ‘시인 이야기.서정춘’은 시인의 화보와 시인의 등단기, 시인의 연보가 실렸다. 이 가운데 특히 시인의 연보는 시인의 구술을 체취가 물씬 풍기는 구어체 문장으로 옮겨 놓아 서정춘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엮은이들은 이 기념집을 두고 “생존 시인 가운데 여러 문인들로부터 오랜 시간을 두고 이렇게 많은 시를 받은 시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들을 갈무리한 것일 뿐인 이 ‘시인 서정춘의 등단 50주년 기념집’은 말하자면 저절로 이루어진 ‘기념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 기념집은 어떤 문학적 혹은 문학사적 의미부여와는 멀긴 하지만, 한 원로 시인에 대한 마음에서만큼은 다양한 경향의 문인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는 점에서 강렬한 눈길을 잡아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술인들에 대한 넘쳐나는 ‘거창한’ 기념들에 비하면 작고 소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많은 동료 문인들로부터 받은 ‘헌정시’는 확실히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영광이자 축복이다. 이런 기념 작업이 어떤 작위적인 의도가 없이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문단사에서 매우 아름다운 광경 중 하나로 회자될 것이다.
[미디어 소개]
☞ 한겨레 2018년 9월 30일자 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