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까지만 해도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 소스 운동은 해당 분야 종사자 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소위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태풍은 찻잔을 벗어나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이런 공개 소스의 매력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물창고’이다. 상용코드 수준의 소스코드를 거의 아무런 대가 없이 공유하여 공부할 수 있고, 능력만 된다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의 개발자들과 소통하면서 개발에 참여하여 소스코드에 내 이름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들어 이런 공개 소스의 정신은 비단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하드웨어, 심지어 OpenCourseWare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전파되고 있다. 이는 결국 지식의 사유화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의 공개 소스 진영에서 자주 회자되는 "Do not reinvent the wheel."의 경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CFD 분야에서도 그 동안은 ANSYS FLUENT와 Siemens StarCCM+ 등의 상용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다시피 했지만, 2000년대 초 OpenFOAM이 공개되면서 각 대학 및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던 코드를 차례차례 공개 소스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MS Windows와 Linux의 대결구도와 같은데, 결국 전통적인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양질의 코드를 사장시키지 않고 보다 가치 있는 결과를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OpenFOAM은 특유의 유연함으로 공개 소스 CFD 진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OpenFOAM은 상용코드로 개발된 지 10년, 공개 소스로 전환되어 개발된 지도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두터운 사용자 층을 형성할 만큼 잘 설계된 개발 프레임워크이다. 이런 코드를, 더욱이 그 속에 녹아있는 노하우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연구원들에게 축복이다.
한편, 공개 소스 코드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OpenFOAM 내외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고,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나 지침서가 없어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적당한 지침서가 없으니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따로 멘토가 없다면 대부분이 아주 소모적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낭비를 막고 무엇보다 "Do not reinvent the wheel."의 정신에도 부합하기 위해 필자들은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부디 이 책이 국내의 OpenFOAM 사용자들에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식의 불필요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오직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길 바란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지식의 공유’라는 현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일조함은 물론, 외국산 소프트웨어에 잠식되어 있는 국내 CAE 분야의 민주화와 주권회복에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