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를 상실한 사회의 아픔에
어설픈 위로보다는 함께 울기를 선택한
이연초 소설가의 첫 창작집
소설가 이연초의 첫 창작집 『그 여자, 진선미』(문학들 刊)가 나왔다. 표제작인 「그 여자, 진선미」를 비롯하여 「어떤 하루」, 「마지막 담배」, 「미명」 등 8편의 단편을 모았다.
「그 여자, 진선미」의 주인공이 갖는 근본적인 정념은 죄의식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는 나이 들어 홀어머니를 부양하는 처지다. 지남력에 문제가 있었던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살아온 내내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녀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모든 형국이 세월호, 국정농단, 촛불집회와 함께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여자의 명백한 잘못과 기만이 사회적 사건을 만들어 낸 책임자들의 기만과 겹친다는 점, 여자의 자기 설득과 위로 또한 저 사건과 얽힌 이들의 자기 위로와 겹친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설의 끝에서 여자가 내지르는 말은 섬뜩하다.
“내가 원했던 게 아니잖아. 내가 원한 게 아니라고! 괜찮아. 괜찮아.”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타인에게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타인의 죽음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 우리가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 ‘정의’, ‘인간다움’, ‘아름다움’을 상실한 사회, 그러니까 이연초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가 겪어온 지난 시간이 진, 선, 미를 상실한 시간임을 보여주고 있다.(김주선, 문학평론가)
다른 작품들은 어떠한가. 비 맞을 딸아이를 위해 학교로 마중 나갔으나 되레 아빠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게 되는 「쥐가 눈을 치켜뜬 이유」,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삶의 의미를 잃게 되는 「하이드비하인드」, 동료의 죽음을 마주하고 삶의 회의와 허망함을 캐는 「마지막 담배」, 석 달 만에 세상과 작별을 고한 배 속 아이를 잃은 상실감으로 배내옷 손질을 그치지 못하는 「미명」 등 이연초의 소설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허덕인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나 삶과 화해하려 애쓴다.
이것을 평론가 김주선은 생의 의지, 곧 “생의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의지가 훨씬 더 강하다.”고 평했고, 소설가 이기호는 “능란함”으로 표현했다. “사람은 아파 죽겠는데,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은, 그곳을 그리는 문장은, 섬세하고 생생하고 능란하기까지 하다”며 “그래서 인물은 더 아파 보이고, 세계는 더 빛나 보인다.” “이연초는 사적 통증을 공적인 위치까지 끌고 가려는 작가이다. 그 시작이 바로 이 소설집이다. 세상이 아플 때 어설픈 위로 없이 같이 울어주는 작가의 첫 시작이다.”
이연초는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2011년 목포문학상과 2012년 계간 『웹북』 신인상에 이어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천화」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