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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였던 나

그녀였던 나

  • 임경숙
  • |
  • 지혜
  • |
  • 2018-10-15 출간
  • |
  • 120페이지
  • |
  • 140 X 215 X 21 mm /238g
  • |
  • ISBN 97911572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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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산골 절집에
만개한 목백일홍
꽃구름 떠올라 눈부시다

언젠가 나와 함께 보았노라
그대 말하지만
꽃그늘 아래로 걸어간
그녀 이름 묻지 않았다

와 본 적 없는 이 꽃길에
따라나선 그녀는 누구였나

그대는 낯선 풍경 속에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지만
잡았던 손의 온기, 정말 나였을까
생의 어느 길모퉁이에서 그녀였던 나
까마득히 내가 잊고 있었나

슬몃, 풍겨오는 낯익은 향기
몇 생을 건너와 걸어보고
어느 생에선가 또 다시
걸어갈 것만 같은 이 길목
----[그녀였던 나] 전문


태풍이 몰아치던 밤
구멍 뚫린 담장은 말짱했지만
시멘트 벽돌담은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담장 아래 인부는
부려놓은 돌더미 쌓다말고
걸음을 멈춘 이에게
바람 길을 막고 있으니 비켜서라고
담장도 숨통을 막아놓으면 무너진단다

이따금씩 담장 사이로
하늘도 들이고 바다도 들이고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도 들이고
마당가 피어난 꽃향기도 내보내면서
틈을 보여야 사는 맛이 난다는 말

애월에 와서야 알았다
순간순간 그렇게 무릎 꺾이던 일
바람 길 하나 없이
버티는 게 얼마나 힘겨웠나
내 몸 속 어딘가에 바람 길 하나쯤 내줘야겠다
----?애월에 와서? 전문

인용시 역시 일상의 현실에서 시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면 앞의 시들과 동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 속에 내재된 의미는 지극히 평범한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의 핵심 소재는 ‘담’으로 표상되는 벽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구별하기 위해서 혹은 나만의 것이라고 한정시키기 위해서 ‘담’을 만든다. 마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대소변으로 구분하는 동물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의 것으로 한정시키고 지키기 위해 둘러친 담이 궁극에 이르러서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막아놓은 것이 숨통을 조이고 결국에는 무너지고 마는 파괴적 속성을 갖는 까닭이다. 자기를 고립시키는 것이 궁극에는 자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역설을 이 작품은 분명히 보여준다.
시인으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작가답게 임경숙은 이번 시집에서 구체적인 선언이나 시의 방향성을 뚜렷이 드러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완성된 주제의식을 보여줄 만큼 노련한 서정의 세계로 앞서 나가지 않은 까닭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는 대단히 조숙한 시인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너무 앞서 나간 예지적 시인이 뛰어난 시인도 아니고 그 역도 참이 아니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는 이제 시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피투된 존재의 일상이 어떻게 서정의 영역 속에서 묘파되어야 하는지를 조금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세상은 기투된 서정적 자아에게 시련을 주었고, 그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피드백 과정에서 시인은 본래적으로 상실했던 영원성의 감각이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 것인가를 어렴풋이나마 알아가고자 했다. ?애월에 와서?에서 펼쳐보였던 소통의 미학은 그 하나이다. 다음의 시에서 표현된 ‘눈물’의 의미 역시 그러하다.

언젠가
열병에 시달리며
나날이 피골이 상접해 갔다
하루에도 몇 번은 가뭇가뭇, 의식을 놓쳤다
이대로 죽어도 좋을, 세상에 미련 따윈 없었다

어스름 저녁이면
희미해진 병실에서 아픈 나보다
더 아프게 숨죽여 우는 이의 흐느낌
얼굴 위로 떨어진 눈물이 언제나 뜨거웠다

다 필요 없다
살아만 나거라

가파른 구비마다
나를 돌이켜 세웠던 계명

용서하지 못할 만큼 잘못을 하고
용서하지 못할 만틈 한 맺힌 말을 해도
미움을 허물게 만들었던
그 저녁 수많았던 눈물에 이끌려
예까지 뜨겁게 걸어왔다
----[눈물은 왜 뜨거운가] 전문

“용서하지 못할 말”, “한 맺힌 말”이 만든 것은 미움의 정서이다. 미움이 벽을 만들고 담장을 둘러친 것이다. 시인의 말대로 그런 벽들은 결국 무너지고 파멸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분열된 자아와 세계의 합일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영역이 영원한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미움을 허물 수 있는”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화합의 매개가 있기에 세계 속에 내던져진 존재, 그리하여 세상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자아는 여기서 헤쳐 나와 “그 저녁 수많았던 눈물에 이끌려/예까지 뜨겁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뜨거움은 포용의 정서이고 물은 흐름의 정서를 표명한다. 포용과 흐름 속에 인간의 벽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임경숙은 시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디면서 포용과 소통의 정서를 발견했다. 제주 애월의 푸근한 바람 속에서, 그리고 세상을 끌어안는 뜨거운 눈물 속에서 이 정서를 발견한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출발은 늦었지만, 그는 소통이라는 매우 중요한 주제를 발견함으로써 그 늦음을 벌충하고도 남은 경우가 되었다. 임경숙은 이제 첫 시집을 상재함으로써 시인으로서 작은 발자국을 남겼지만 소통의 의미를 일러줌으로써 거대한 발자국을 찍어나갈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그녀였던 나 12
그대의 자물쇠 14
진주 목걸이 16
북쪽 비상구 18
초식의 비애 20
공원 묘역 22
자화상 23
검은 봉지 25
때 늦은 밥 27
야성의 순간 28
덤 29
겨울, 추천역 30
애월에 와서 31
무량사無量寺 32
별에서 산다 33

2부
반가사유상 36
오늘의 메뉴 37
붕괴 38
잉어 40
국밥을 먹다가 41
턱 42
씀바귀 43
좁은 문 44
할미꽃 45
조나단 1 46
조나단 2 47
전갈이 있던 자리 48
폐가에서 49
곶자왈에 들다 50
108번 버스 51

3부
설빔 54
손톱 56
세월 57
에곤 쉴레 읽는 밤 58
어머니 씨앗 59
불면도不眠島 60
여름 손님 61
금이 가다 62
혼밥 63
소나기 65
태몽 66
공중부양 67
시선 68
소월의 꽃 69
무화과 70

4부
이상한 나이 72
풋사랑 73
돌탑 74
무창포 바닷길 75
물의 안내자 76
한식 77
붉은 신호등 79
조등 아래서 80
곰배령 81
될마라 고개 82
먼 거리 83
멍 84
고양이 설법 85
저녁의 문 86
눈물은 왜 뜨거운가 87
여름 코스모스 89

해설서정의 길에서 만난 자아의 결핍과
그 완성을 위한 도정송기한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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