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혼자 되묻지 말고 당장 이 책을 읽어라!
[Times educational supplement]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십대들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책
어떤 엄마가 편지 세 통을 받았다. 한 통은 아들이 이번에도 우등생으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고, 또 한 통은 아들이 지역 대표로 관현악단에 뽑혔다는 내용이었으며, 마지막 한 통은 역사수업 시간에 시내에서 농땡이치다 붙들려 정학 처분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십대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술과 담배, 약물에 중독되고,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훌쩍 커버린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은 충격적인 십대 총격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왜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총질을 했을까? 이런 기막힌 사건에 접하면 대개는 ‘대체 왜 그랬을까?’를 되뇌며 한탄할 수밖에 없다. 십대의 비행과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으레 가난과 폭력, 불량스러운 교우관계 등 환경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 번듯한 중산층 가정, 그러니까 물질적으로 아쉬울 게 없고, 교육받은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의 일탈을 설명할 수 없다. 시각을 조금 바꾸어보면 다른 곳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십대들의 생각과 행동을 그들의 뇌를 들여다봄으로써(뇌 스캐너를 이용) 해명하고,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생후 3년이면 중요한 뇌의 발달이 끝난다고 알려져왔지만 청소년기에 인간의 뇌는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온갖 자극에 민감해지고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점차 성숙해진다. 청소년기의 예측할 수 없는 일탈행위들은 각종 욕망과 자극들을 통제하는 뇌의 전두엽이 맨 마지막에야 안정된 성인의 단계에 도달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십대들은 날아오를 수도 있고, 파괴된 철로 위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기관차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십대의 뇌는 위험과 희망,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는 모순적인 시기이다. 어느 때보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민감한 시기이고 아직 굳지 않은 진흙처럼 뇌가 충분히 성숙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십대는 잘못되도록 만들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르며 배우고 성숙하도록 프로그램된 시기이다. 그들에겐 ‘성숙한 뇌’ 구실을 할 현명한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교사와 부모이고 지역 공동체이기도 하다.
갈팡질팡, 좌충우돌, 십대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십대들은 한번쯤 미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미친 듯이 속도를 내고,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남자와 만날 약속을 하거나 눈길을 위험하게 활주하다 크게 다치기도 한다. 모험을 동경하고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멋진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게다가 너무나 쉽고 분별없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총기나 칼이 사용된 폭력사건에 연루된 십대 청소년이 530만 명, 네 명에 한 명 꼴이었다. 중학교 1학년의 20%와 고등학교 2학년의 60%가 성관계를 갖고 10%는 매주 술을 마신다.
왜 청소년들은 담배나 술 등 각종 중독에 더 취약할까? 왜 청소년들이 그런 것들을 빨리 시작할수록 중독이 더 심한 걸까? 우울증이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어떤 아이들은 학습장애로 탈선하고 그들의 감옥이 되어버리는 걸까? 왜 어떤 아이들은 반사회적 단체를 만들어 범죄자의 길로 접어드는데 다른 아이들은 학자가 될 준비를 할까? 이유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달하는 뇌 때문이다.
문제는 뇌! 뇌를 알아야 십대를 이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십대, 즉 청소년기가 되면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뇌발달은 대부분 끝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강력한 뇌스캐너를 통해 뇌를 들여다본 결과 십대의 뇌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음을 발견했다.
십대에는 대뇌피질 전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뇌의 경찰관이라 불리며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에서 복잡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논리의 전개나 동기부여, 사리분별 등의 복잡한 고도의 기능이 단계적으로 발달하며 전두엽 피질의 지속적인 발달과 함께 아이들은 본능적인 충동을 따르는 대신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호르몬 수치가 높은 아이는 학교를 빼먹고, 성관계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음주와 절도 같은 위험한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감정이 격렬해지고, 붉은 것은 더 붉게,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보인다. 세상이 더 밝게 불타오르고 더 화려하며 반대로 더 우울하고 무거워질 수도 있다. 십대들이 빈번히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은 대단히 고양된 상태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감정을 통제할 신경체계가 자리를 잡기 전에 생식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
십대의 뇌는 외부의 영향력에 더 취약하고 더 쉽게 상처입는다. 막대한 정보를 흡수하면서도 수많은 변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잘못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 상호작용이 활발한 쌍방향체계이다. 그저 쳐다보거나 질문을 던지기만 해도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부모 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성인문화에도 노출된다.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도 전전두엽 피질은 미완인 채로 남아 있다. 그래서 술에 취해 안전띠도 매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는 성인과 다름없지만 아직 육체와 정신이 균형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때로는 부모가 십대들의 전두엽 역할을 해야 한다.
십대를 둔 부모들에게 유익한 지침들
이 책은 십대와 매일 아웅다웅하고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부모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유익한 지침을 제시한다.
1 기대치를 조정하고, 실천하라. 아이들이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들의 뇌가 ‘현재 진행중’이라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고 한가지씩만, 천천히, 반복해서 얘기해야 한다.
2 아이들의 전두엽을 활용하라. 청소년의 전두엽 피질은 발달중이기 때문에 가끔은 부모들이 개입해서 통찰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정한 틀만 제시하고 아이에게 더 많은 선택과 결정의 기회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3 겉모습에 속지 마라. 십대들을 보면 이들의 뇌가 아직 발달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기 힘들다. 일단 겉모습은 다 자란 어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나 부모 자신들에게도 이제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이놈아, 덩치는 태산만 한 녀석이 무슨 짓이냐?’고 소리칠 일이 아닌 것이다.
4 미리미리 알아서 대비하라. 십대들이 무뇌아처럼 굴고 불필요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도 자연스런 발달상의 한 과정이라면 이제 그것을 당연시해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오판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경악하기보다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대비해야 한다.
5 애들은 원래 잠꾸러기이다. 십대들이 틈만 나면 늦도록 잠을 잠다면 이는 어느 정도는 뇌 속 화학물질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다. 인간의 몸이 원래 이렇게 되도록 만들어졌다면 더욱 현실적인 방안을 세우는 것이 낫다.
6 압력을 낮춰라. 청소년들의 뇌가 어떻게 자라고 발달하는지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십대들에게 그 나이 때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폭넓게 정의해주고 실수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여지를 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한번쯤 크게 힘호흡을 하고 “크면 저절로 다 해결된다”는 옛 격언을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포기해도 좋은 십대는 없다!
십대들은 무지막지한 중압감을 짊어지고 있다.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이 느껴진다.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꿈을 이루는 것,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것은 얘기하지 않는다.
십대의 뇌는 위험과 가능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십대는 위험과 희망, 그 한가운데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아이도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죽박죽인 십대들의 상태마저도 사실은 청소년기의 뇌가 결정적인 발달 단계에 들어서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과 우선순위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우리 뇌가 완전히 조직되어 지나치게 빨리 고정된다면 환경과 상황을 불문하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는 인간 발달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단계다. 단순히 견디는 시기가 아니라 즐기고 축하해야 할 때이다. 과도하게 억제된 청소년기가 아니라 좀더 사교적이고 느슨하며 자신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십대들에게 실수할 권리를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