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전시하고 애도를 파는 가게 ‘벨맨&블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의 작가 다이앤 세터필드 신작!
19세기 영국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 영국 최초의 장례용품 전문점이 문을 연다. 죽음을 전시하고 애도를 파는 곳 ‘벨맨&블랙’. 이곳의 주인 벨맨 씨는 모든 종류의 죽음에 능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등 뒤에 죽음이 있음은 알지 못한다. 데뷔작 《열세 번째 이야기》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작가 다이앤 세터필드가 10년의 기다림 끝에 《벨맨 앤드 블랙》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는다. 세터필드만의 ‘이야기의 마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제1부에서는 휘팅포드 마을의 방직공장을, 제2부에서는 런던의 상점가 리젠트 스트리트를, 제3부에서는 하늘을 가득 수놓은 까마귀들의 검은 물결을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특히 런던에 우뚝 솟은 거대한 장례용품점으로 이야기의 무대를 옮긴 후에는 고딕소설 특유의 음울하고도 섬세한 매력 또한 유감없이 발휘된다.
12. 책 속에서
기온, 고도, 위험…… 인간에게 장벽이 되는 것들이 떼까마귀들에겐 장벽이 아니다. 그의 지평선은 더 넓다. 그것이 바로 지상을 떠나는 영혼들이 미스터리의 짙은 장막을 지나 산소도 필요치 않고 가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곳으로 떠날 때 떼까마귀들이 동행하는 이유다. 육체에서 벗어난 영혼을 그곳에 데려다주고 나서,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다른 세상들을 거치고 유니콘의 혀와 용의 간의 향연을 지나, 다시 이 세상으로.
-94페이지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니까요. 그게 곧 미래죠, 안 그런가요? 나의 미래. 당신의 미래. 모두의 미래.
-234페이지
죽음과 슬픔, 그리고 기억이 판매용으로 너무도 아름답게 전시되어서 가장 튼튼한 심장조차도 두근거렸고 머리는 생각에 잠겼다.
-290페이지
현금통들이 날아다녔고, 그 안에서 동전들이 짤랑거렸고, 제품들이 재어지고 세어졌고, 물건들이 포장되고 리본으로 묶였고, 주문들이 우아한 필기체로 적혔고, 그리고, 아! 눈물이 흘렀고 위로의 말들이 오갔다.
벨맨&블랙은 삶과 돈과 죽음으로 북적였다.
성공이었다.
-297페이지
강한 자나 약한 자,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했다. 모두가 눈물을 찍어내며 벨맨&블랙을 떠올렸다. 벨맨의 사무실 뒤 조그만 방에 있는 금고는 점점 더 그득해졌고 웨스트민스터 앤드 시티의 계좌들은 점점 더 풍성해졌다.
-334페이지
오래전, 떼까마귀가 당신의 조상의 살을 먹었고, 오래전 당신의 조상이 떼까마귀 파이를 먹었다. 사람은 떼까마귀를 먹고 떼까마귀는 사람을 먹는다. 몸이 섞인다.
-339페이지
이곳 벨맨&블랙에서 지난 십여 년 동안 그는 오직 죽음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유한함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40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