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시 시인선 4권.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서울목공소'가 당선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음역(音域)을 넓혀온 양해기 시인은 그동안 4차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자신이 스스로의 몸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를 상정해보기도 하였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우주적 상상력과 새로운 차원의 삶에 대해 가열한 사유를 뿌려간다.
하지만 그 행간에서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밝혔듯이, "그리움이, 기억이/왜곡되기 어려운 곳"으로서의 "어머니의 무덤"을 떠올리고, 그곳이 결국 "간직한 슬픔이 같다면/다른 시공간을 떠돌아도/서로에게/시차가 발생할 수 없는 곳"임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렇게 시인은 광대한 우주적 시간을 지나, 자기 기원을 향한 기억과 그리움이라는 서정시 본유의 권역으로 귀환해간다.
모든 광활한 것을 삶의 구체성과 어울리게 하여 '시적인 것'을 이루어가면서, 다양한 삶 속에 숨어 있는 신성한 것들에 귀 기울여간다. 그때 시인은 지상에서의 힘겨운 삶을 견뎌가는 경험을 통해, 우주적 원리에 둘러싸인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해간다. 이는 삶의 의미가 모호해져만 가는 현실에 대한 쓸쓸한 묵시록이자, 우주적 시간 의식과 자기 기원의 상상으로 찾아나선 시원(始原)의 기록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