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명 정치학>(제7판)
정치적 상상력을 위하여…
수험 경향이 정치학의 기본 주제를 암기해서 나열하라는 전통적인 문제가 지양되면서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은 수험생들에게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정치학이라는 과목이 어떤 과목인지에 대해 체계를 잡지 못하고 헤메는 경우도 많다. 물론, 문장력이 있는 수험생의 경우에는 정치학이란 어차피 설(?)푸는 과목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출제경향의 변화 덕분에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정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관료가 되기 전에 최소한 고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한다면 긍정적인 것으로 보아야 될 것이다. 정치가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라 할 때, 관료가 담당하는 업무 자체가 끊임없이 가치판단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책의 편제와 수정된 부분을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제1편은 정치의 본질이다. 이 주제는 정치학이라는 주제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할 고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답안에 필요한 목차를 떠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최근의 출제 경향이기도 하다. 해서, 정치의 본질에 대한 설명을 대폭 수정하였다. 그리고, 행정학이 1차 과목에서 없어졌음을 감안하여 정치권력에 대한 이론 논쟁을 다시 수록하였다. 이 부분은 김선욱, 『정치와 진리』(책세상)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3장 현대정치학의 사상적 기초는 위험을 무릅쓰고 앞 부분으로 끌어 냈다. 처음 공부할 때는 어렵겠지만,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기본 사고틀을 잡아 놓음으로써 다른 주제들을 정리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편의 주제는 민주주의다. 이 부분은 문장이나 오타 교정을 제외하면 많은 수정은 없었다. 다만, 현대 민주주의 원리 부분에서 법치주의 부분이 추가되었으며,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개념을 새로 넣었다. 이 주제가 어렵게 느껴지는 수험생들에게는 보비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인간사랑)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제3편의 주제는 정치과정 정치제도 정치문화다. 정치학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들이라 보면 된다. 이 부분에서는 도입부에서 사회균열과 갈등의 구조 부분을 추가했으며, 선거제도에서 바뀐 선거제도를 반영했고, 정부형태 부분에서는 대통령과 의회의 교착문제와 대통령의 리더십 부분을 추가했다.
제4편의 주제는 정치학의 여러 이론들을 최근의 유행에 맞춰 국가?시장?시민사회 및 기타로 나누어 묶어 놓았다. 이 중에서 정치사상 부분은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사상가만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계간사상에 실린, 마키아벨리 홉스 밀 토크빌 등이 읽어 볼만 하다. 이 주제에 관한 괜찮은 텍스트로 최장집,『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가 있다. 한국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이 담겨져 있어 이 책의 논지에 동의하는 지에 상관없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제5편은 국제정치이다. 정치학 시험에서 일종의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주제에 속하는 것으로 국제정치학다운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사실 해마다 국제정치학의 주제처럼 보이는 주제가 나오긴 했지만, 실제 국제정치학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은 5년에 한번 꼴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로 세력균형이론이 대폭 수정되었었다.
참고로, 출처는 최대한 밝히려 했으나,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부분 생략되었음을 미리 이야기 드린다. 그리고 참고문헌의 경우에는 시간상의 제약으로 인해 누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강의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답이 없는 사회과학에서 답을 원하는 경우가 가장 곤혹스럽다.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경제학처럼 몇 개의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류가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고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명쾌한 답을 찾는다. 정치는 현실이다. 정치학은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학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 어떤 이론을 찾는다면 글쎄...
필자가 원하는 것은 소명의식을 가진 그런 관료는 아니다. 왜 관료가 되려는지 처음 가졌던 생각들을 합격한 이후에도 유지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전문직업관료로서의 프로의식이다.
정보체계론 개정판을 냈을 때와는 느낌이 다른 것은 아마도 정보체계론 만큼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개정을 준비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도 제약된 시간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이 며칠 밤을 새며 교정과 조언을 해주었던 정승우 군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금년에 새로 태어난 둘째 채원이와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고, 둘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첫째 산아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지 못했던 점이 마음 한구석에 빚으로 남아 있다. 이해해 주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겠지만, 이 글을 통해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를 인내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05. 12. 강 제 명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