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나의 국회 근무가 내년이면 만 30년이 된다. 국가와 국민의 공복의식으로 오로지 일 속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아온 세월이다. 이제 국회를 떠나야 할 때가 머지않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록의 혜택이 매우 크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떠나기 전에 무언가 남기고 싶다. 돌아보면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에 비하면 국회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가 그런 위상에 걸맞게 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도 있고, 국회 구성원의 분발이 필요한 것도 있다. 여기서 그 책임을 모두 국회의원에게만 돌릴 수는 없고, 나를 포함한 우리 국회 공무원들의 업무 수행에도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 문희상 국회의장님은 지난 달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언급하시면서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국회의 발전 차원에서 무언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생각 끝에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국회와 입법에 관한 사항, 나아가 국가적 현안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이 책은 그런 관심의 결과를 집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지난 1년여 머니투데이 더300 사이트에 쓴 칼럼과 2015년 이후 여러 신문에 실린 기고문, 국회법제연구회 활동의 결과물인 '법제와 입법'에 쓴 글, 2015년 1월 수석전문위원으로 부임한 이후 7번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내용과 법안 등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 노하우가 주 내용이다. 토론회 주제발표문은 대부분 그 주제를 칼럼에서 다룬 것이지만 중요한 주제에 대한 부연설명의 의미가 있어서 포함했다. 비록 보잘 것 없을지라도 국가와 국민 그리고 국회에 대한 충정의 결과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30년의 경험을 통해 갖게 된 나름의 안목이 이 책에 담겨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나는 특히 그동안 국회에서 누구보다도 검토보고서의 품질 제고를 위하여 고민하고 연구해왔는바, 이 책의 글에는 곳곳에 나의 그런 열정이 녹아 있다.
현재 국회사무처에는 입법실무를 담당하는 위원회보다는 조직관리 위주의 업무를 하는 부서(이를 ‘계선’이라 부름)를 중시하는 인식이 있다. 따라서 서로 계선에서 근무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나는 평생 계선 보직은 거의 없고 (구)입법조사국을 비롯하여 위원회 보직이 대부분이다. 비록 그것이 나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에서 볼 때 더 중요한 업무를 해온 것이기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책을 펴낼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함양한 결과다. 그래서 전화위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쓰면서 여러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같은 부서의 전·현직 입법조사관 이준화·이정윤·박나경·구희재·안병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지금은 국회에서 퇴직했지만 대한건설협회에 근무하는 임석기 선배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기회에 그동안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시고 감싸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끝으로 나를 성원하는 사랑하는 딸 아영과 여전히 넘치는 애교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늦둥이 아들 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너무 일찍 나의 대학 재학 중 돌아가셔서 효도 한번 해드리지 못한 두 분 부모님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2018년 9월 국회의사당 사무실에서 정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