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독립운동과 시 정신을 기리는 연작 장시>
시와 행동으로 일생을 독립운동에 몸 바치며 끝내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한 이육사의 독립운동 역사와 시 정신을 기리는 연작시집이다.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보편적 정서에 바탕하여 울림이 큰 서정시로 편운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을 수상한 권달웅 시인이 34편의 연작 장시로 육사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권달웅 시인은 퇴계 후손으로 육사 시 사상의 원류가 된 기개 높은 퇴계학풍과 함께 그가 성장한 낙동강 상류의 자연환경과 이육사문학관을 수차례 답사하고, 육사의 유족과도 심도 있게 만나는 과정을 통해 육사의 삶과 시를 온전히 복원하려 하였다. 한 편 한 편의 시는 그래서 마치 육사의 독립 염원을 담은 듯 비장하고, 일제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던 육사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피붙이 가족과 고향은 그의 고뇌와 안타까움이 그대로 스민 듯 독자의 가슴을 사무치게 한다.
<시로 승화해낸 민족시인의 정신과 육사의 시>
육사(陸史)는 그가 독립운동을 하다 대구형무소에 갇혀 옥고를 치를 때 그의 수인번호 264에서 따왔을 만큼 그는 조국의 독립에 온몸을 바친 민족시인이자 저항시인이다. <광야>, <청포도>, <절정> 등 그의 시 역시도 문학사적으로 길이 남을 만큼 빼어났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나 시인으로서 그 업적과 정신은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태이다. 권달웅 시인이 수년간 육사를 붙잡고 이 시집에 매달린 이유이다.
“면회실 창구에 서 있던/어머니는 눈빛으로 굳게 당부하신다./광복의 신념을 잃지 마라./마음을 더 굳게 먹어라.
긴 밤이 가고 또 긴 밤이 온다./어둠이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시를 쓴다./264 – 이육사,
감옥이 증언한 이 수감번호는 지금까지/어둠 속에 빛나는 별처럼/모든 민족이 우러르는 이름이 된다./영원히 살아있는 시가 된다.” <수감번호 264> 일부
<육사의 기개와 시 정신을 되새기길>
시는 이처럼 제삼자의 눈으로 사후 70여 년이 지난 육사를 그려내고 있음에도 권달웅 시인의 의지와 땀이 스며들어 시적으로 승화해냄으로써 마치 육사를 마주 대하듯 육사의 정신과 기개를 되새겨준다.
권달웅 시인은 “육사를 복원하려 애쓰면서 캄캄한 북경감옥 벽 틈서리로 들어오는 여명의 소리를 환청 할 정도였다”면서 “물질과 이기가 팽배한 시대에, 이 시집이 시와 사상과 행동이 일치하는 민족시인의 기개 높은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