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에게 개성 같은 게 왜 필요해?
우리는 자주 완벽한 인간을 상상하고는 한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뛰어나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서 부족한 부분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개인이 아닌, 잘하는 것만 있는 개인을 상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특별할 것을 요구받고는 한다. 가령 남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경기를 하면서도 남과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로 축구를 하는 메시와 같은 선수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노벨상을 수상할 인재를 원한다면서 ‘남들처럼 생각하고 남들이 연구하는 걸 연구해’라고 말한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발견이 나타날 수 있을까? 달리 말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많은 특별한 능력들은 어떤 부분에서 특별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한 부분들을 동반하는 다름 혹은 개성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을 평범하게 만들기 위한 교육이 과연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없애려 장점마저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난독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난독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난독증으로 인해서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단점들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들 또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난독증으로 인한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요즘 것들에게 개성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모두 똑같아야 한다면 아마 난 나를 결코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난독증을 갖고 있는 내가 평범해진다는 것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한 채 가장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누구보다 뛰어나고 누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난독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들을 느끼며, 난독증을 갖고 있는 사람만의 방식으로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책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개성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될 것이다. 난독증을 갖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을 없앨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