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커피 먹는 염소>로 "여성의 마음을 이토록 낱낱이 드러내준 작가는 이제껏 없었다"라는 찬사를 받은 진주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작가는 전작의 화두였던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에 이어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탐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한순간에 뒤흔들고 망가뜨리는 뇌관은 바로 '강박증'이다. 그들의 내면에서 눈처럼 소리 없이 차곡차곡 쌓인 불안감은 지극히 사소한 계기를 불씨 삼아 스스로를 단죄하는 강박증으로 폭발해 버린다. 누군가는 피부가 괴사될 정도의 손 씻기로, 누군가는 멈추지 못하는 숫자 세기로, 또 누군가는 문단속 확인과 저장 강박으로……. 뿌리 깊은 불안감과 죄의식을 씻어내기 위한 이 반복적 행동은 실은 그들이 세상에 타전하는, 한없이 여리고 더없이 절박한 구조신호에 다름 아니다.
작가 진주현은 세상의 모든 강박증은 그것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지극히 사적이며 개별적인 아픔을 쉽게 외면하지 말고, 조금 더 끈질긴 시선을 가져보자고 권유한다. 우리의 작은 시선이 저 차갑고 쓸쓸한 겨울 안에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고, 누군가의 생을 구할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