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서롤 공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1. 당신에게 시간이 무한대로 있다면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억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 시간이 무한대이고 기억이 무한대인 경우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고 하기는 어렵다. 논리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시간이 무한대이고 기억이 무한대이며 논리력까지 완벽한 경우
이때도 기본서로 공부하라는 권하기 어렵다. 기본서는 옳은 문장 위주로 되어 있다. 시험은 틀린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문의 키워드를 바꾸었을 때 바로 답이 보이는가. 시험은 악의적 함정을 파고 수험생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점에 대한 대비가 기출의 분석이다.
4. 수확체감의 법칙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일정 점수가 나온다. 그런데 기본서를 보든 기출을 보든 95점 이상은 쉽지 않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시험에도 여지없이, 아니 다른 어떤 것 보다 가혹하게 적용된다. 한 때 법과목이 100점 과목이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이른바 게임 체인지가 일어난 것이다. 기억해보라 과연 받아쓰기 시험이후로 100점을 받는 적이 얼마나 있는지.
5. 부정확한 지식의 위험성
수험생들은 한번 봐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시에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라. 시험장에서 애매하게 기억나거나 헷갈리는 문제를 맞출 확률이 얼마였는지를. 사람은 심리적으로 헷갈리는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고친 답이 틀리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6. 공부는 겸손하게 해야 한다.
기본서를 보는 것이 겸손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대한 기본서를 다 알겠다고 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겸손하지 않은 것이다. 시험은 방대한 내용 보다는 필수적 내용을 정확하게 알았을 때 합격에 다가서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본서가 아니라 기출로 하라는 것이다. 기출로 하면 폼이 좀 안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험은 폼이 아니다. 이상의 요건을 갖춘 수험생이라면 당연히 기본서를 보고 공부해야 한다. 과연 나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가.
기출 공부법
어떤 학생이 질문을 했다. 기본서를 볼까요 기출을 볼까요.
기출 반복하세요. 이렇게 말하면 다소 불안하다. 그래도 돌아서서 그게 가장 효과적이야 라고 확신한다. 수험생의 시간과 기억력 그리고 시험의 본질을 고려한 답변이다.
첫째, 기출을 공부한다는 것이 기출만 보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된다. 기본서의 베이스가 어느 정도 되면 기출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서를 10번 본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둘째, 기출로 공부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문제를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기출의 모든 지문을 왜 맞는지 왜 틀리는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변형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같은 지문도 살짝 바꾸었을 때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셋째, 그리고 기출 공부를 하면서도 미기출 중요 내용과 판례는 당연히 같이 정리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라.
의지만으로 안 된다. 만약 의지만으로 된다면 물 위를 걷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한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을 디디면 된다. 의지만으로 된다면 월드컵 우승인들 어려울 게 있겠는가. 7번만 이기면 되는 것을.
수험생은 완벽한 대비를 하고 싶다. 유감이지만 안 된다. 이점은 지난 수 십 년간 공무원 시험에 만점을 받은 사람이 드물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나는 합격을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폼나는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그걸 선택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수험생은 완벽한 대비를 할 수는 없지만 완벽한 시험을 칠 수는 있다.
기본서를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시간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기본서를 본다고 다 알 수 있다면 이런 논의는 애초에 필요 없는 것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기출보다 기본서를 볼 때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같은 논리로 수학의 정석을 보면 당연히 100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나는 기출을 정확히 분석하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정확히’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는 선택의 문제이고 유한한 시간과 기억력의 한계 아래서 결정되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조건과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승덕 공부법은 고승덕에게 맞는 것이다. 다만 90%의 확률로(정확한 근거는 없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기출로 공부하는 것이 합격을 앞당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합격을 원하는가 폼나는 공부를 원하는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2018년 9월
윤우혁 드림